"월 3만원 챗GPT 공짜로 쏜다"…지방선거 번진 'AI 복지' 포퓰리즘 논란[사이다IT]

기사등록 2026/05/25 06:00:00 최종수정 2026/05/25 06:06:24

지중해 몰타, 전 국민에 '챗GPT 플러스' 1년치 지원…세계 첫 국가 차원 지원

국내 지자체·정치권도 가세…울산시 청년 지원 이어 서울·제주 'AI 이용권' 공약

유료 구독자 100명 중 8명뿐인데 세금 지원 과해 vs 취업·교육 격차 해소 필수

정부, 올해 조사부터 AI 구독료 항목 추가…지원 필요성 판단 근거 마련

[서울=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AI) 챗봇 관련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2026.04.2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최근 AI업계에서 화제가 된 나라가 있습니다. 지중해에 위치한 섬나라 '몰타'입니다. 몰타 정부가 지난 16일(현지 시간) 오픈AI와 계약을 맺고 전 국민에게 월 20달러 상당의 '챗GPT 플러스' 멤버십 1년치를 무료로 주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운영하는 AI 교육을 이수하면 누구나 챗GPT 플러스를 공짜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몰타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약 55만명입니다. '챗GPT 플러스' 정가를 단순 적용해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지원 규모는 정가 기준 1억3200만달러(약 2000억원)에 달하는 셈이죠.

챗GPT 유료 서비스를 국가 차원에서 무료로 주는 건 몰타가 세계 최초입니다. 몰타 정부는 이번 정책이 단순한 선심성 구독권 제공이 아니라 AI 교육 차원의 조치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울산도, 서울도 "청년 위해 AI 이용권 쏘겠다"…AI 구독료 공공 지원 확산

AI 구독료를 공공 예산으로 부담하려는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도 싹트고 있습니다.

울산시는 26일부터 19~39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구독료 지원 사업을 시작합니다. 챗GPT 등 6종 서비스 중 1개를 구독하면 실제 결제 금액의 90%, 최대 10만원을 지원합니다.

울산시는 생성형 AI가 취업 준비와 학습, 창업 등에서 청년들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AI 이용권 지원은 다음 달 3일 지방선거 공약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청년 50만명에게 생성형 AI 이용권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경제적 여건과 관계 없이 최신 AI 기술을 생산성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유사한 공약이 나왔습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 후보는 제주도가 AI 서비스를 통합 계약하거나 바우처 방식으로 제공해 도민에게 배분하는 'AI 보편적 복지'를 제시했습니다.

◆챗GPT·제미나이가 필수인 시대…AI 활용 격차 커지나
[뉴시스] 제미나이. *기사 본문과는 무관한 사진.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선거 후보자들이 잇달아 AI 이용권 지원을 공약에 내건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선거철 표심을 겨냥한 현금성 공약일까요.

AI 서비스는 학습, 취업, 업무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구글, 오픈AI, 앤트로픽 등은 AI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고급 모델, 파일 분석, 이미지 생성, 코딩 보조, 긴 문서 처리, 더 많은 사용량 등을 안정적으로 이용하려면 유료 구독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챗GPT 플러스, 클로드 프로, 구글 AI 프로 등 주요 생성형 AI 멤버십 월 구독료는 3만원 안팎으로 시작합니다. 글쓰기, 검색, 코딩 등 용도별로 여러 AI 서비스를 함께 쓰면 부담은 훌쩍 커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AI 구독료 지원은 단순 보조가 아니라 교육 격차를 줄이는 정책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유료 AI 이용자, 국민 100명 중 8명뿐…세금 지원 과하다는 지적도

하지만 AI 이용권 지원이 정말 시급한 정책인가를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습니다. 아직 유료 AI 이용자가 전체 국민의 다수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5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률은 44.5%입니다. 전년 33.3%보다 11.2%포인트(p) 늘었습니다. 생성형 AI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유료 구독 비율입니다. AI 서비스 이용자 중 돈을 내고 쓰는 사람은 17.8%에 그쳤습니다. 인터넷 이용자 전체 기준으로 환산하면 100명 중 8명 정도만 생성형 AI를 유료 구독을 하는 셈입니다. 컨슈머인사이트 등 민간 조사에서도 최근 유료 AI 구독률은 전체 응답자의 13%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이 결과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아직 유료 AI를 돈 내고 쓸 만큼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 세금으로 구독료를 대주는 정책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AI를 쓰고 싶지만 구독료 부담 때문에 포기한 청년층이 있을 수 있습니다. AI 활용 능력이 곧 취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대학생 등 특정 집단에서는 구독료 부담이 새로운 기회 격차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통계조차 없는 AI 구독료…정부, 올해 하반기 첫 실태조사 착수
[AP/뉴시스] '챗GPT' 앱 아이콘. 2026.01.29.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로서는 AI 구독료 지원의 적절성을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정부 조사에서 확인되는 통계는 이용률과 유료 경험률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이죠. 국민 1명이 AI 서비스에 월평균 얼마를 쓰는지, 구독료 부담 때문에 유료 서비스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뚜렷합니다. 그동안 OTT는 유료 이용률, 평균 구독 서비스 개수, 월평균 지출액 등이 여러 조사에서 집계돼 왔습니다. 구독료 인상과 복수 구독 부담이 커지면서 '스트리밍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왔죠.

이전 정부에서는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혜택을 통신요금뿐 아니라 OTT 등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도 쓸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바우처' 시범 사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AI 구독료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도 판단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AI를 교육, 취업, 창업 필수 도구로 본다면 일부 공공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구독료 부담 수준과 지원 효과를 확인하지 않은 채 구독료부터 지원하는 건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AI 경제 분과 회의에서도 생성형 AI 모델 접근성과 토큰 사용료 부담이 향후 새로운 격차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분과 전문위원인 여영준 가천대 금융·빅데이터학부 조교수는 "앞으로 AI 구독료, 토큰 사용료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기본적인 AI 접근성을 보장하는 데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AI 시대의 접근성 제약은 기존 취약계층과 다르게 정의될 수 있는 만큼 실태조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이런 수요를 반영해 관련 조사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NIA는 뉴시스에 올해 하반기에 시행할 2026년도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AI 구독료 항목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NIA 관계자는 "생성형 AI 관련 조사는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아 매년 문항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AI 구독료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수요가 있는 만큼 올해 조사에 관련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I 구독료 지원이 미래를 위한 선제적 투자일지, 아니면 선거철 선심성 포퓰리즘에 그칠지 논란이 분분합니다. 내년에는 이 논쟁을 뒷받침할 정부의 첫 공식 데이터가 나올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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