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시민, 美 영사관 확장 이전에 항의 시위…"우리 땅, 매물 아냐"

기사등록 2026/05/22 17:11:49 최종수정 2026/05/22 17:38:24
[누크=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미국 영사관 신축 건물 개관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켄 하워리 덴마크 주재 미국대사는 그린란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하는 계획은 이미 배제했으며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 주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2026.05.22.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그린란드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확장 개관한 미국 영사관 앞에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영향력 확대 시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병합을 주장해 덴마크와 외교적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수백명에 달하는 시위 참가자들은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누크 시내를 행진한 뒤 미국 영사관 건물을 등지고 서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조직한 악칼룩쿨룩 폰타인은 "우리 정부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에 그린란드는 매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렸다"며 "민주 사회에서 '노(아니다)'는 곧 '노'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1기인 2020년 누크 외곽 목조 건물에 대략 70년만에 영사관을 재개관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2기에는 21일 누크 도심 대로변에 2800㎡ 규모 현대식 건물로 옮겨 확장 개관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집착에 궤를 같이 하듯 영사관을 누크에서 훨씬 더 크고 눈에 띄는 곳으로 이전했다면서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영사관에 몇 명의 외교관이 근무할지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이전 영사관에는 상주 외교관이 2명 있었다.

영사관 확장은 그린란드와 미국의 관계가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간 3자 협상에서 그린란드 경제·안보 문제에서 더 큰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병합 위협은 철회했지만 여전히 그린란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은 말한다.

[누크=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미국 영사관 신축 건물 개관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영사관에 등을 돌린 채 시위하고 있다. 켄 하워리 덴마크 주재 미국대사는 그린란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하는 계획은 이미 배제했으며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 주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2026.05.22.
켄 하워리 덴마크 주재 미국 대사는 현판식에서 "북극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미국은 그린란드와 더 깊은 파트너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담당 특사 겸 루이지애나 주지사 제프 랜드리는 최근 영사관 개관을 앞두고 공식 초청 없이 그린란드를 찾아 닐센 총리와 현·전직 외무장관, 일부 경제인들과 면담했다. 그는 현지 신문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독립론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내놔 논란을 자초했다.

랜드리 특사는 "그린란드는 독립국이 되더라도 현재 못지 않거나, 그 이상으로 좋은 경제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의 주권 레드라인을 존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에게 레드라인은 단 하나 '빨강·흰색·파랑(미국 국기 색)'일 뿐"이라고 답했다.

많은 그린란드인들이 미국의 영사관 확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NYT는 전했다. 옌스-프레데릭 닐센 총리는 개관식 참석을 거부했고 내각 장관들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BBC는 부연했다.

덴마크 의회에 소속된 두 명의 그린란드 의원 중 한 명인 나아야 나타니엘센은 BBC에 자신도 초대를 거절했다면서 "지금은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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