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속 남북 축구 대결…공동응원단, 양팀 득점 찬스 때마다 환호·손뼉

기사등록 2026/05/20 22:46:54

양팀 선수들 하이파이브…北 '내고향' 선수들 무표정

교류협력협회, 양팀 엠블럼 담긴 깃발 현장 배포

[수원=뉴시스] 황준선 기자 = 20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 전반 수원 밀레니냐가 해딩 하고 있다. 2026.05.20. hwang@newsis.com

[수원=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남북 여자축구 클럽팀이 맞붙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은 20일 오후 7시 경기도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AFC AWC 준결승전에 임했다.

경기 시작 전 양팀 선수들은 관례대로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내고향 선수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수원FC 위민 선수들과 손을 마주쳤다. 심판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는 옅은 미소를 띤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달 중국에서 열린 AFC 17세 이하(U-17) 여자 아시안컵에서 북한 대표팀은 상대인 한국팀과의 인사 및 악수를 아예 거부한 바 있다.

이번 경기는 남북 교류가 끊긴 가운데 진행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북한 스포츠단이 경기 참가를 위해 방남한 것은 8년 만이며, 여자 축구 클럽팀으로는 최초다.
[수원=뉴시스] 조성봉 기자 =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 전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경기에서 남북공동응원단이 응원을 하고 있다.2026.05.20.suncho21@newsis.com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실향민 단체 등 200여개 단체로 구성된 '2026 AFC-AWCL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은 예고한 대로 공동 응원을 펼쳤다. 통일부는 경기가 남북 상호 이해 증진에 기여한다고 보고, 남북교류협력기금 3억원을 공동 응원에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협력기금을 관리하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현장에 응원물품 부스를 설치하고 수원FC 위민과 내고향 엠블럼이 그려진 깃발을 관중들에게 배포했다.

공동응원단은 '내고향여자축구단 환영합니다' 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우리선수 힘내라!' '힘내라! 우리가 응원하고 있다' '승리를 넘어서'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관중석에서 들어 보이기도 했다.

공동응원단은 내고향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올 때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내고향이 전반 5분 만에 골망을 흔들었을 때는 응원단에서 큰 함성이 나왔다. 해당 골은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수원FC의 서포터스인 포트리스는 골대 뒤 응원석에서 수원FC 위민을 목청껏 응원했다. 이들은 경기 중 우산을 펼치지 말라는 AFC 규정에 따라 거센 비를 맞으며 응원을 펼쳤다.

공동응원단의 응원은 대체로 마이크를 잡고 응원을 주도하는 이들에 호응하기보다는, 양팀의 득점 찬스 때마다 환호하고 손뼉을 치는 식으로 이뤄졌다.

공동응원단으로 참가한 이모(63)씨는 "그동안 남북관계가 어떻게 바뀌었나 온도를 느껴보고 싶어서 왔다"며 "날씨가 좋지 않지만 이런 기회가 없으니까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인 자격으로 티켓을 직접 구매해 경기장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A(55)씨는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지소연 선수가 나온다고 하길래 남편과 함께 한번 보려고 왔다"며 "대화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선수들이 불쌍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폭우에도 이날 경기에는 관중 5763명이 모였다.

정부 인사 중에서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경기를 관람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 축구계 고위 관계자도 현장을 찾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번 경기와 관련해)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 목표"라며 "통일부 장관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다는 차원에서 오늘 경기를 참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내고향은 1-2로 수원FC 위민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내고향 선수들은 울먹이기도 하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북한 인공기를 펼치며 자축했다.

내고향은 도쿄 베르디(일본)와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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