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비츠 전 백악관 NSC 국장 겸 컬럼비아대 교수 분석
약세 방어 버티기→세력 대등→공세 전환 승리 3단계 장기전“
“화해·타협 제기, 장기적인 대결 속의 일시적인 휴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줄리안 게비츠 컬럼비아대 교수이자 조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은 14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쩌둥의 ‘지구전론’에 기반해 미국에 대한 최종 승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국력이 미국과 대등해지고 경쟁과 갈등이 교착 상태에까지 올랐으며 이제는 미국이 휘청거리는 기회를 이용해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논지다.
◆ 마오, 日 침략 맞선 지구전 전략 美에 적용
시 주석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을 언급하면서 양국간 대결보다 협력이 양국에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기디데스 함정’ 언급으로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는 차기 패권국임을 시사한 것이자 갈등없이 순조롭게 패권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은 기고 요지.
트럼프 대통령이 1년 전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했을 때 베이징일보는 마오가 1938년 발표한 ‘지구전론’을 보라고 했다.
이 글은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을 물리치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는 것으로 중국이 더욱 강한 적과의 사활을 건 싸움에서 어떻게 역전승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고찰이다.
시 주석은 마오가 강조한 전략적 통찰력, 규율, 인내심을 칭찬하고 미국에 맞서는 방식을 제시하는 중요한 지침으로 삼았다고 게비츠는 분석했다.
특히 장기 투쟁 과정에서 3단계 전개 방식에 시 주석은 주목했다.
초기에는 약한 중국이 끈질기게 방어하고, 다음에는 전력이 대등한 상황에서 교착 상태에 빠지며, 마지막에는 강력한 반격으로 승리한다는 것이다.
◆ 中, “방어적 자세 버리고 마오의 2단계로”
게비츠는 중국 지도자들은 점차 방어적인 자세를 버리고 마오의 2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 기술력, 군사력, 외교적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맞서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로 트럼프가 한발 물러서도록 만들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 뿐 아니라 앞으로 현재 양국 관계의 전반적인 상황을 화해와 타협이 아닌 장기적인 의지 대결 속의 일시적인 휴전으로 여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략적 교착 상태에서 시 주석의 주요 목표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상대적 국력을 강화할 시간을 버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관세 및 수출 통제 완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 등이 포함된다.
◆ 트럼프의 단기적 목표 추구, 시 주석에게는 유리한 카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은 약화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중국 방문이 몇 주 연기됐다.
국내 지지율도 크게 하락해 이번 방문을 승리로 포장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시 주석에게는 유리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시 주석은 미국 대통령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종하고 있다.
중국에서 ‘지구전론’이 여전히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마오의 “과거를 현재에 활용하라”는 격언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경쟁을 거의 한 세기 전 마오의 전략이었던 장기 투쟁 관점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지난해 9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마오의 글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지 제고와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 구매를 늘리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중국의 대만 압박, 남중국해에서의 공격적인 영유권 주장, 미국이 중국의 소행으로 보고 있는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 “트럼프의 근시안적 태도, 시 주석의 목표에 부합”
미국은 첨단 반도체 접근권부터 달러의 세계적 지배력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가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행사하려는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근시안적인 태도는 시 주석의 더 큰 목표에 정면으로 부합한다.
시 주석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가 종말을 맞이하고 있으며, 그 후의 세계는 비어있다고 믿는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고,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축소하려 한다.
미국의 기술 수출 제한과 경제 제재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능력을 무력화하는 등 핵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을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시 주석은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반격에 나설 수 있을 만큼 강력해지는 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 시진핑의 트럼프 고립화 외교 전략
중국은 러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세계 남반구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국들을 소외시키는 상황을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시 주석은 캐나다, 영국, 독일 정상들을 베이징에서 맞이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이루어졌으며 미국의 고립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이란과의 전쟁은 중국과의 장기적인 경쟁에 투입하는 것이 더 나을 자금과 물자를 낭비하는 것이다.
그의 행정부는 과학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을 대폭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미국의 강점을 약화시키고 있다.
◆ 중국도 약점 있으나 미국은 더 취약
중국은 고령화, 높은 가계 부채, 부진한 소비 지출 등 심각한 국내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이 중국보다 오히려 더 약하다고 믿는 듯하다.
천이신 중국 국가안전부 부장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민주주의는 변질되고 있고, 경제는 쇠퇴하고 있으며, 사회는 급속도로 분열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세계적으로 미국의 신뢰도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고, 패권은 붕괴하고 있으며, 미국의 신화는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인들은 그러한 수사를 선전으로 치부할지도 모르지만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승리에 동의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직시해야 한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이러한 사실을 세계에 확인시켜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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