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하나·농협금융 순익 제쳐
한투증권, 우리금융 실적 추월
"거래대금 폭증, 수익구조 다변화"
국내 증시 호황와 생산적 금융에 힘입어 역대급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증권사가 은행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수익 구조의 다변화로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들도 비은행 계열사인 증권 부문을 강화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대형 증권사들은 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을 위협하거나 압도하는 실적을 내며 약진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처음으로 '분기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전년 대비 297%나 뛴 1조37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압도적 수익성을 과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는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포함한 글로벌 비상장 투자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 이익이 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우리금융지주(6038억원)와 NH농협금융(8688억원)의 순이익을 훨씬 넘어선 수치이며, 하나금융지주(1조21000억원)도 제친 압도적인 성적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영업이익 9599억원, 당기순이익 784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순이익 2조원 고지를 선점한 한투증권은 불과 1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에 육박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운용 전 부문에서 고른 이익 성장세를 나타내며 업계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호황 속 기존 상품 판매 확대에 더해 종합투자계좌(IMA)도 경쟁사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하며 빠르게 안착했다"며 "한국금융지주는 호황 국면일수록 다수의 금융 계열사 다각화 효과가 부각되는 구조로 실적과 주가 상승 여력이 유효하다"며 목표주가를 34만원에서 40만원으로 상향했다.
특히 금융지주 내 전통적인 수익원인 은행의 견조한 실적 기반 위에 증권 계열사들이 성장세를 더하며 그룹의 '효자'로 등극했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1분기 각각 3502억원, 28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그룹 전체 실적에 기여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급증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역대급 실적 파티를 이어갔다. NH투자증권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8.5% 급증한 4757억원, 삼성증권이 31.2% 늘어난 450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키움증권(4774억원·23.4%), 메리츠증권(2543억원·35%), 신한투자증권(2884억원·167.4%), 대신증권(1455억원·89.3%) 등도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이 1분기 호실적을 내며 금융지주 실적을 추월한 배경은 투자 활성화와 역대급 '머니무브'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원금 보장 위주의 은행 '예금 시대'가 저물고 '투자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은행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수익성을 쫓아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증권사 호실적에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3일 기준 137조1201억원,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36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도 1억개를 넘었다. 올해 들어서만 708만개가 늘어났다. 반면 지난달 시중은행의 요구불 예금은 3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96조5524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말 기준 699조9081억에서 한 달간 3조3557억 줄어든 규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 활황 속 투자자들의 투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중 자금이 예금 등 안전자산에서 주식·상장지수펀드(ETF)·채권 등 투자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흐름이 이어졌고, 이는 증권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는 물론 자산관리(WM) 부문의 고객 자산 유입이 늘어난 데다, 트레이딩,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 성과까지 더해지며 전반적인 실적 체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권이 예대마진 중심의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면 최근 증권사들은 증시 활황과 머니무브, 수익구조 다변화가 맞물리며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단기 실적만으로 금융권 판도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들이 과거 브로커리지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종합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아우르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어 전통적인 은행 중심 금융권 구도에서도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커리지 수익에 대한 기대감 커지며 KRX증권지수 편입된 14개 증권사 시가총액은 101조2326억원으로 올해 들어 88.6% 증가했다. 반면 KRX은행지수 편입된 10개 은행 및 금융지주 시총은 198조7486억원으로 16.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시가총액이 은행을 뛰어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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