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주사기, 인도는 캔콜라…이란전에 세계는 '사재기' 열풍

기사등록 2026/05/13 18:03:14

정부의 가격 직접 개입 신중히 진행돼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정부가 나프타 수급 차질과 관련해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재기를 막기 위해 1인당 구매량 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1일 서울 한 대형 마트에서 고객이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고 있다. 2026.04.0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주사기부터 캔콜라까지 '사재기 열풍'이 나타나고 있다고 1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팬데믹 시절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을 연상하게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4~5묶음씩 사가는 소비자들이 늘었으며, 호주에서는 연료통이 운전자와 농부를 중심으로 동이 났다.

중국의 경우 콘돔 부족을 우려하는 게시글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됐으며, 인도에선 캔 음료 공급이 제한되면서 다이어트 콜라가 새로운 '부의 상징'이 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정부가 개입한 사례도 있다. 한국 정부는 나프타 부족으로 의료용품 공급이 제한되면서 주사기 매점매석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FT는 "코로나19 초기의 휴지 사재기는 피할 수 있던 공포였지만, 최근의 석유 등 필수품 사재기는 실질적인 (공포)"라고 분석했다. 단순한 공포 심리가 아니라 현실적인 공급 부족 가능성이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 직접 규제에 나서기보다, 가격 인상 같은 시장 메커니즘으로 소비자들이 수요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OECD 선임 경제학자 마우로 피수는 "정부가 단기적으로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가격을 낮게 유지하면 사태는 더 악화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적절한 가격에 직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급이 충분히 유지될 것이며 필요한 만큼 계속 구할 수 있다'고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자유시장경제연구소(IEA) 출신 경제학자 줄리언 제솝은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정부는 이 같은 행보를 실현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주 자국 내 연료 비축 확대를 위해 100억 달러 규모 패키지를 발표했으며, 일본 총리는 석유화학 제품을 사재기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충분한 나프타 제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급 부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층의 구매 여력이 줄어드는 등 정부의 직접 개입을 요구하는 정치적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영국 기반의 사회적 목적 조직인 행동통찰팀(BIT) 소속 엘리자베스 코스타는 이 경우 잘 설계된 공공 메시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호주를 예로 들며 공동체 의식과 도덕성에 호소하면서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호주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도움이 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운전자들에게 트렁크를 비우고,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하는 등 연료 사용을 줄일 것을 권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소속 리둥은 팬데믹 기간 개인보호장비(PPE) 사재기 문제를 연구한 결과, 정부가 가격 및 구매 통제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매우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도매가 대비 소매가 비율 상한제'를 통해 가격 폭리 등을 방지하면서도 기업들의 공급 확대 유인을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전략적 비축 물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정부의 주된 역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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