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미래전략회의' 출범… 2035년 내다본 국가 중장기 전략 발굴
실행은 AI가, 기획·검증은 인간이…"무엇을 왜 하는가" 결정하는 능력 중요
"카메라 대신 AI 잡는다"…K-콘텐츠 '제작비 장벽' 허물 전초기지 출범
"창작 도구가 AI로 변화…기회 없애는 게 아닌 생산성 향상이 될 것"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인공지능(AI)이 바꿀 미래 사회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획과 판단, 검증, 창작 중심으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I가 단순 업무를 대신하더라도,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결정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인공지능 미래전략회의’를 13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미래전략회의는 AI와 과학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준비해야 할 중장기 전략 아젠다를 발굴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회의체다.
◆"5년 계획은 옛말"…AI 변화 속도 맞춰 국가 로드맵 다시 그린다
정부가 미래전략회의를 만든 이유는 명확하다. AI 기술이 변하는 속도가 기존 정부 정책의 시계바늘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수년 전 세운 미래 전략에는 이미 생성형 AI라는 거대한 흐름이 빠져 있다는 문제의식도 작용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2030~2035년 이후를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현재 논의는 언어모델을 넘어 로봇과 물리적 AI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존처럼 5년,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 타당한지도 원점에서 검토할 계획이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우리 정부의 투자 규모가 충분한지도 꼼꼼히 점검한다는 원칙이다.
◆AI와 한 팀으로 일하는 시대…"무엇을, 왜" 결정하는 능력이 핵심
AI 활용 방식 전반에서는 현재의 인프라 경쟁 이후 응용 단계에서 더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현재 AI 경쟁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와 모델 성능 등 인프라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코딩, 지식업무, 자율주행, 제조, 헬스케어 등 각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면서 사람이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호 KAIST 김재철AI대학원 및 전산학부 교수는 현재 AI 상황을 30년 전 인터넷 시대와 비교했다. 당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가 깔린 뒤 애플리케이션 산업이 성장하며 인프라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었듯, AI도 현재의 인프라 구축 단계를 지나 응용 서비스와 산업 적용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봤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조직 안에서 맡는 역할이 점차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AI를 개인 업무를 돕는 어시스턴트로 쓰는 단계를 넘어, 사람과 에이전트가 하나의 팀을 이루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AI가 팀원처럼 기능하다가, 장기적으로는 사람이 전체 방향을 제시하고 리딩하면 AI가 전반적인 오퍼레이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조직이 진화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는 "무엇을 왜 하는가"를 정하는 기획력이다. 직접 손으로 수행하는 능력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고 설계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기술 도입 차원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조직이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 AI 활용이 개인 역량과 조직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에이전트가 사회적 행위자로 들어왔을 때 어떤 거버넌스가 필요한지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AI 확산 과정에서 활용 역량의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조직과 개인의 활용 역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국가·기업·세대·계층 간 편차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기술 발전의 과실이 일부에만 쏠리지 않도록 역량 강화와 격차 해소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카메라 대신 AI 잡는 창작자…K-콘텐츠 '제작비 장벽' 허문다
창작 영역에서도 AI의 도입이 제작 도구와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기존 영상 제작이 카메라와 촬영 장비, CG 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AI 영상 제작은 창작자가 머릿속 기획을 텍스트와 지시문으로 구성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권한슬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는 "도구가 카메라가 아닌 AI 비디오 모델이 된 것"이라며 "창작자가 AI로 대체되는 게 아니라 창작의 주체는 인간이고 도구가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영상을 알아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떤 장면을 만들지 구상하고 이를 문장으로 구성해 AI 비디오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제작 과정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이 같은 변화가 K콘텐츠 제작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영화와 드라마, 광고 제작에는 촬영 장비와 인력, CG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AI를 활용하면 일부 제작 과정의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영상 제작이 단순히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 대표는 투자 축소와 제작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K콘텐츠 업계에서 AI 전환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CG 영역과 AI를 결합해 제작비를 낮추고, 자본 장벽 때문에 영상 제작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신진 창작자도 자신의 세계관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창작의 민주화"로 표현하며 AI가 창작자의 역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창작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넓힐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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