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산업계서 "정부, 사후 수습 아닌 선제적 대응 나서야" 지적
"461만 소액주주 자산과 1700여 협력사 생계가 걸린 중대 사안"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노사 협상이 사후조정에서 최종 결렬되며 벼랑 끝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노조의 총파업 강행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사후 수습이 아닌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한 번 뒤처진 기술 주도권은 회복하기 어렵다는 산업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 중단 시 일일 1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 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 측이 자체 추산한 생산 차질 규모만 해도 20조∼30조 원에 달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라는 법적 요건에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거시 경제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20%~35%에 달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78%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파업 현실화 시 자본시장 전체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 지위 상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에게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은 곧장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성전자 파업이 기업 내부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되면서,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절차다. 발동 시 노조는 즉시 30일간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근간으로 파업 리스크 현실화 시 타격은 과거 항공사 파업 여파를 상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가 경제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은 이미 충분히 갖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정부는 국가 경제와 공익에 중대한 파장이 우려될 때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왔다. 대표 사례는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이다.
1993년 현대차 사례는 제조업 분야의 대표적 발동 사례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자동차·조선 등 핵심 수출 산업의 생산이 마비되자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사태를 마무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1990년대 자동차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5년 항공사 파업 사례도 시사점이 크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친노동 기조임에도 물류망과 국민 일상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결단을 내렸다.
현재 삼성전자 파업의 예상 피해액 30조 원은 2005년 대한항공 파업 당시 피해액(2063억 원)의 100배가 넘는 수준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잇따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또한 "파업은 절대 안 된다"며 원칙 있는 협상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4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해서 국민들의 지탄을 받으면 다른 노동자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고 언급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지난달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삼성전자는 형식상 사기업이지만 실질은 국민기업"이라며 "협력업체와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노사 자율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461만 소액주주의 자산과 1700여 협력사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정부가 법적 장치를 적극 활용해 국가 경제를 지키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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