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여성·청년 소상공인 출산·육아 관련 간담회'
한성숙 장관 "지원 정책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할 것"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저처럼 1인 자영업자라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결혼이 망설여질 겁니다. 결혼, 출산이 걱정돼서 연애를 끝냈던 적도 있습니다."(고예은 유메이크 쿠키 대표)
"제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으니까 출산하고도 산후조리원에서 일했습니다. 남편도 자영업자라 한 명이라도 회사원이었다면 안정을 느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장미화 플랜제이 대표)
"출산한 여성 소상공인에게 가장 큰 경영 리스크는 돌봄 공백인 것 같습니다. 돌봄 공백이 결국에는 경영 공백으로 이어지거든요. 제일 바쁠 오후 4시에 생업을 포기하고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조윤수 지니더바틀 대표)
12일 오후 3시께 서울 마포구에 있는 26㎡(약 8평) 짜리 아담한 카페 에프이에이티. 정봉규·이은비 에프이에이티 대표이자 부부는 '여성·청년 소상공인 출산·육아 관련 간담회'를 열고 싶다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연락을 받자마자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하루 장사를 접어야 했지만 소상공인을 위한 출산·육아 지원이 그만큼 절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중기부의 소상공인 사회 안전망 시리즈 1차 간담회인 이번 행사는 출산·육아로 인한 소상공인의 영업 공백과 소득 감소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추진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고용 보험의 경우 육아휴직(급여) 혜택을 제공하지 않아 15~49세의 자영업자 34.1%, 여성 자영업자 30.5%가 관련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성숙 중기부 장관을 비롯해 여성·청년 소상공인, 전문가 등 8명이 자리했다. 참석자들은 자영업자는 근로자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데, 특히 출산·육아를 겪을 경우 그 간극이 더 벌어지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첫 창업 실패 경험이 있는 조 대표는 "8년 동안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회사 복귀는 상상도 못 했다"며 "우리 회사 직원도 원래 1년이면 돌아와야 했는데 어린이집 대기 문제로 복귀가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처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육아 휴직을 쓰면 인력 20%가 빠진다. 사업주에게 온전한 부담이 되는데 사업장에 육아 휴직 혜택을 (확실하게) 주면 눈치를 주지 않고 기꺼이 쓰라고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혼인 소상공인들에게도 출산·육아는 남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 대표는 "소상공인을 위한 육아나 생업 지원 정책이 없어서 결국에는 폐업 수순을 밟는 것 같다"며 "나중에 아이를 낳고 복귀를 한다고 해도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경력 단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신혼부부인 정 대표는 "'아기를 낳으면 다 된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하나도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매장에 있는 시간이 12시간이 넘어가는 데다가 조부모가 손자를 돌봐주는 일명 부모 찬스도 쓸 수 없어서다.
정 대표는 "말만 사업가지 직원이 없으니까 근로자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자 혜택이나 보험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라며 "'그냥 직장에 다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1인 여성 소상공인이자 15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장 대표는 출산 후 한달 만에 현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장 대표는 "나라에서 주는 출산 급여가 참 감사한데 같은 자영업자인 남편은 해당이 되지 않았다. 제가 없으면 남편이 아이를 돌보는 형편인데 남성 소상공인도 출산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난주 연구원은 자영업자, 프리랜서 같은 고용보험 미적용자 출산 급여가 2019년부터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근로자는 동료에게 (출산·육아 정책이나 혜택을) 배우는데 자영업자는 섬"이라며 자영업자 출산·육아와 관련한 대체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동생이 자영업자였는데 저에게 매일 '그냥 회사 다녀. 퇴근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예산 문제가 있으니까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도 어떻게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기부도 어떤 지원 방식이 좋을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이어 "그간 사회 안전망이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돼 일하는 모든 사람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커뮤니티나 협동조합 형태의 공동 육아 등을 검토해 보겠다. 소상공인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이 마련되도록 재정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기부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휴·폐업 부담 완화 간담회 ▲소상공인의 건강·노후 안전망 간담회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육아 및 건강 돌봄부터 사회·정책보험, 공제까지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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