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있지만 반성' 선고유예 판결에 불복한 檢…대법원 "상고 불가"

기사등록 2026/05/12 15:48:45 최종수정 2026/05/12 16:02:33

'후보자비방죄' 위헌에 '선고유예' 받은 정당인

검찰 불복해 상고…대법, 하급심 재량으로 간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죄를 지었지만 뉘우치는 모습이 뚜렷할 때 판결하는 '선고유예'에 검사가 불복해 상고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자유·평등·정의가 적혀 있다. 2026.05.12.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죄를 지었지만 뉘우치는 모습이 뚜렷할 때 판결하는 '선고유예'에 검사가 불복해 상고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2일 양모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재상고심 및 재심의 상고심에 대해 이런 이유로 원심의 벌금형 선고유예를 각각 확정했다.

양씨는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 모 구청장 후보로 나섰다 낙선한 인물이다. 상대 후보 또는 같은 시기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타 정당 후보, 2020년 총선에 출마한 타 정당 후보를 겨냥한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비방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구에 같은 대학 출신 선후배들이 20년 가까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 등 행정과 입법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여러 토착비리 관련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씨는 이런 취지의 글을 2018년 4월과 5월 두 차례 선거구민 7000여명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고, 2023년 2월 대법원에서 함께 기소된 선거사무장 A씨와 함께 각각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2019년 12월 국회 정론관, 이듬해 1월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비슷한 취지의 의혹을 거듭 제기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며 후보자를 비방했다는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1·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상고를 제기했다.

이처럼 유죄 확정으로 기울어지는 듯했던 양씨의 형사 재판은 2024년 6월 헌법재판소가 양씨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받아들여 공직선거법 251조 '후보자비방죄' 중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부분의 조문을 단순 위헌으로 결정하며 반전을 맞았다.

이로 인해 결론이 나지 않았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졌고, 앞서 확정된 형사 재판은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다시 다툴 수 있게 됐다.

이에 양씨와 A씨는 올해 2월 선고된 재심과 파기환송심에서 각각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선고받았다.

선고유예는 법원이 죄를 인정하지만 형이 가볍고 뉘우치는 모습이 뚜렷하면 2년 동안 선고를 미루는 판결이다. 2년 동안 자격정지 이상의 범행을 하지 않으면 면소(소송의 종결)로 간주되는 실질적 무죄다.

각 재판부는 양씨와 A씨가 재판에 넘겨졌던 죄목인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가 위헌으로 결정됐지만, 경합범 관계인 일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을 유죄로 보고 선고유예를 내린 것이다.

검찰은 선고유예에 불복해 각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재판부 재량인 '양형 판단'의 일종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법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 선고유예의 요건인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지 여부에 관한 사항은 널리 형의 양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 사항에 속한다고 해석된다"며 "상고심으로서는 이에 대해 원심 판단의 당부를 심판할 수 없고, 그 판단이 현저하게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고유예 판단에 자유심증주의 한계 일탈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 재판의 상고심에서 형의 경중을 다투려면 원칙적으로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이 선고돼야 하며, 그보다 가벼우면 다툴 수 없다.

양씨와 A씨도 원심의 유죄 판단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마찬가지로 함께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2003년 2월에도 선고유예의 요건인 '형법 51조에 따른 양형 판단' 및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단이 적절한지 여부를 다투는 상고를 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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