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이미 포화'…유통업계, 지방에서 새 성장판 찾는다

기사등록 2026/05/12 15:42:20 최종수정 2026/05/12 15:54:25

방한 수요 회복에 지역 거점 가치 재조명

쇼핑·물류·고용 묶어 '전국 성장축' 확대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용산구 서울역. 2026.02.1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 = 유통업계가 비수도권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과거 지방 점포가 내수 소비를 흡수하는 보완재 역할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지역 상권 성장세가 맞물리며 핵심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백화점을 비롯해 헬스앤뷰티(H&B), 패션, 이커머스까지 매장과 물류, 고용을 아우르는 지역 투자에 속도를 내며 '서울 집중'에서 '전국 분산'으로 전략 축을 옮기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방한 외국인 유치 목표를 전년 대비 20% 늘어난 2300만명으로 제시했다.

광주 첫 복합쇼핑몰 '더현대 광주' 조감도. (사진=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밖'이 새 성장판…백화점, 지역 거점 확보 경쟁

백화점업계는 이제 서울 명동·강남·잠실뿐 아니라 부산 등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되는 지역에 랜드마크 점포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신증권이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와 2024년 백화점 업계 매출 상위 20개 점포 가운데 비수도권 점포는 각각 7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부분의 비수도권 점포는 2025년 매출이 전년보다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부산은 서울에 이어 외국인 방문 수요가 높은 대표 관광 도시로 꼽힌다. 부산 지역 주요 백화점 점포들은 전체 매출의 13~17%를 차지하는 핵심 점포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점포의 존재감은 순위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매출 기준 19위와 20위를 각각 기록했던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더현대 대구는 이듬해인 2025년 순위가 뒤바뀌었다.

비수도권 대표 점포인 '더현대 대구'가 수도권 점포를 앞지르며 지역 랜드마크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성장성을 확인한 백화점 업계는 비수도권 매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확고한 지역 1번점 구축'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하며 지역 밀착형 점포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실제 부산 센텀시티점, 대구점, 대전 아트앤사이언스점 등은 지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리뉴얼한 것을 시작으로 지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7년 '더현대 부산', 2028년 '경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개점을 앞두고 있으며 호남권에는 2029년 '더현대 광주'를 열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올리브영이 지난 2024년 경주 황리단길에 개점한 디자인 특화 매장 '올리브영 경주황남점' 전경 (사진=CJ올리브영 제공) 2026.05.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앵커테넌트로 상권 키운다"…CJ올리브영, 지방에 1238억 투자

CJ올리브영은 올해 비수도권 지역에 신규 매장 출점과 리뉴얼, 물류 인프라 강화 등을 위해 1238억원을 투입한다. 전년 대비 36% 늘어난 규모다.

올리브영은 올해 신규 출점 또는 리뉴얼 예정인 100평 이상 대형 매장 78곳 가운데 43곳을 비수도권에 배치한다.

부산과 제주, 경주 등 관광 거점에는 글로벌 특화 매장을, 충청·호남·영남권에는 대형 타운 매장을 집중 배치해 지역 상권의 '앵커테넌트(핵심 점포)'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외국인 유입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황금연휴(이달 1~5일) 동안 광주·대전·청주 지역 타운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직전 주 대비 각각 53%, 69%, 43% 증가했다.

전남 지역 외국인 매출은 직전 주 대비 229%, 전년 동기 대비 654% 늘었다. 여수를 통한 국제 크루즈 입항 증가로 중국·일본 관광객 유입이 확대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올리브영은 올해 비수도권에서만 약 60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쿠팡 지방 물류센터 인포그래픽 (사진=쿠팡 제공) 2026.05.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쿠팡, 지방 물류 투자 확대…청년 직원 1만7000명 돌파

이커머스 업계 역시 비수도권 지역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비서울 지역 물류센터의 20~30대 직원 수가 올해 3월 기준 1만7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대비 약 2000명 늘어난 규모다.

쿠팡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지방 물류 인프라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하며 광주와 대전, 김해, 양산 등 주요 거점 물류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지방 물류센터는 전체 직원 가운데 2030 청년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무신사, 광주 찍고 제주로…오프라인 전국망 확대

패션업계도 지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신사가 전개하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달 광주광역시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호남권에 진출했다.

광주 신도심 핵심 상권인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에 들어선 이번 매장은 호남권 첫 거점이다. 무신사는 온라인 스토어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지역 수요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제주 지역에도 신규 매장을 열고 전국 단위 오프라인 거점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지역 점포는 내수 수요를 보완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함께 전략적 가치가 달라졌다"며 "지역 거점 확보가 유통업계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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