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공유기 이어 '셀룰러 모듈' 규제 검토…"희토류보다 위험할 수도"
판매 인증 기기 75% 중국서 검사…"적대국에 보안 맡기는 꼴"
FCC, 트럼프 휴전 압박에도 규제 고삐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무역전쟁 휴전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발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 수위를 조용히 높이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은 최근 몇 달간 중국의 스파이 활동과 안보 위협을 줄이기 위해 중국 기업의 드론과 인터넷 공유기 판매를 차단하는 조치를 주도해왔다.
지난달에는 아기 모니터부터 휴대전화에 이르는 각종 소비자 전자기기가 미국 내 판매 인증을 받을 때, 중국 내 실험실에서 보안 시험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현재 FCC 인증을 받은 약 4만 개 기기 가운데 시험의 약 75%가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중국 전자기기 공급망 전반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FCC 관계자는 "가장 민감한 기술 제품의 보안 검사를 적대국에 맡긴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실험실 신뢰성, 제품 변조 가능성, 지식재산권(IP) 탈취, 공급망 병목 등을 우려 요인으로 지목했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셀룰러 모듈' 규제 여부다. 이는 스마트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핵심 부품으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파급력은 드론이나 공유기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퀙텔, 피보콤, 차이나모바일, 선시, 메이그 등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가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감시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셀룰러 모듈 전문가인 찰스 파튼 전 영국 외교관은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희토류 의존도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셀룰러 모듈 의존은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FCC가 이처럼 중국 관련 규제를 확대하면서도 주목을 덜 받은 배경에는 카 위원장의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해 "중국 공산당을 비롯한 외국 적대 세력의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보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이는 특정 국가뿐 아니라 비국가 행위자까지 포괄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이 같은 접근은 중국 견제 조치를 추진하면서도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안보 전문가 리자 토빈은 "FCC는 상대적으로 레이더 밖에 있는 기관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기술 안보 문제에는 크게 집중하지 않고 있다"며 "이 덕분에 중국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이후 관료들에게 휴전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조치를 자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부는 대중 추가 수출통제를 미뤘고, 재무부도 중국 연계 사이버 해킹 '솔트 타이푼'에 대한 제재를 보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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