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반도체 호황에 역대급 세수 가능성…재정 더 유연해져야"

기사등록 2026/05/09 09:46:15 최종수정 2026/05/09 09:56:25

"코스피7500 산술적 납득 가능…'1만'도 현실적 경로 들어와"

"정책은 확정통계 기다리며 뒤늦게 반응…구조적 후행 한계"

"2026년 수정전망이 재정 분기점…세수 역사적 규모 가능성"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접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4.2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재완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8일 최근 코스피 7500 시대의 급격한 시장 변화를 기존 지표와 정책이 반영하지 못한다며 보다 유연한 대응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코스피 7500 그리고 1만의 문턱 앞에서'란 제목의 글에서 "지수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우리의 눈금이 낡은 건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 같다"며 "시장에서는 이미 새로운 숫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오래된 감각과 기준으로 그것을 이해하려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속보치는 1.7%로 한국은행 전망치 0.9%의 거의 두 배"라며 무역수지와 반도체 실적 등 주요 지표가 평범한경기 순환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는 결국 이익의 함수다. 이 숫자들을 놓고 보면 코스피 7500이 왜 지금 여기 있는지 산술적으로 납득이 간다"며 "1만이라는 숫자 역시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현실화 가능한 경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했다.

다만 정책 시스템이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반도체 호황은 기존 GDP 체계가 포착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며 "문제는 GDP가 틀렸다는 게 아니다. 반도체처럼 품질 개선 속도가 가격 변화를 압도하는 산업에서는 기존 통계 체계가 현실 변화를 너무 느리게 반영한다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명목 기준에서는 역사적 규모의 영업이익이 나타나는데, 실질 GDP는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이는 괴리가 생기는 이유"라며 "특히 한국은 이 문제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반도체 단일 산업이 수출과 기업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아가 "더 근본적으로는 지금의 GDP 프레임워크 자체가 20세기 제조업 경제를 기준으로 설계된 측정 체계라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시장은 이미 그 숫자를 보고 움직이고 있는데, 정책은 확인된 GDP와 확정 통계를 기다리며 뒤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도체 중심의 초고속 산업 사이클 앞에서 중앙은행·거시당국·예산당국 모두가 구조적으로 후행할 수밖에 없는 거버넌스의 한계"라고 했다.

다가올 재정 정책의 분기점으로는 2026년 하반기 수정 경제전망을 꼽았다. 그는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년과 2027년의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뿐 아니라, 고소득 반도체 인력의 소득세,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연쇄 효과까지 감안하면 역대급 초과 세수가 쌓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전망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느냐에 따라 2027년 세입 추계와 예산 총량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했다.

과거 코로나 사태 직후 반도체 호황기 당시 세입 추계에 실패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2021∼2022년, 코로나 때 이후 반도체 호황에 역대급 초과 세수가 발생했지만, 세입 전망과 예산은 현실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고 2023∼2024년엔 업황이 꺾여 세수 부족이 나타났다"며 "세입과 예산이 실제 산업 사이클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중심의 구조 변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면, 재정 역시 과거 평균값에 묶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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