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 이민자 정보 접근 권한 이용, 홍콩 반체제 인사 동향 보고
홍콩 경찰 출신 홍콩무역진흥청 직원, 반체제 인사 “바퀴벌레”로 불러
中 당국 ‘여우 사냥 작전’·‘하늘 그물 작전’ 등으로 도피 인사 추적
[서울·베이징=뉴시스]구자룡 기자, 박정규 특파원 = 영국 이민국 직원을 포함한 2명이 중국 정보기관을 위해 일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런던 경찰청에 근무했던 치렁 피터 와이(40)는 내무부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이용해 주요 이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영국에 거주하는 홍콩 반체제 인사들을 추적했다.
그는 외국 정보기관을 도운 국가보안법 위반과 공직 남용 혐의 등으로 7일 올드 베일리 형사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와이와 함께 홍콩 당국과의 초기 연락책 청비우 빌 위엔(65)도 유죄 평결을 받았다. 피고인들은 15일로 예정된 선고 공판일까지 구금 상태로 있게 된다.
댄 자비스 안보부 장관은 이들의 행위는 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비스 장관은 “중국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할 경우 계속해서 책임을 묻고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혐의자, 경찰·이민국 직원 등 근무
와이는 2020년 12월 히드로 공항에서 이민국 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이를 통해 영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쉬는 날이나 병가를 이용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고 민주화 탄압을 피해 홍콩을 탈출한 사람들을 추적해 중국인 지인들에게 알려주는 대가로 부수입을 올렸다.
위엔은 와이와 중국 당국간 연락책 역할을 맡았다. 홍콩 경찰관 출신인 그는 런던에 있는 홍콩 경제무역대표부(HKETO)에서 사무 관리자로 근무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7년에 처음 만났고 2021년 중반쯤 위엔이 와이의 담당자가 되어 홍콩 반체제 인사들과 영국 내 민주화 시위대의 활동에 대해 직접 보고를 받았다.
법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와이는 이민국 동료이자 전직 해병대원 매튜 트리켓을 홍콩 반체제 인사 감시에 끌어들였다.
트리켓은 대테러 경찰에 체포된 직후 자살로 추정되는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과 홍콩 여권을 모두 소지한 와이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런던 경찰청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그는 영국 해군에서 8년간 복무했으며, 차이나타운에서 열리는 행사 보안을 담당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와이는 또한 D5 시큐리티라는 자신의 회사도 설립했다.
그는 런던 경찰청을 떠난 후에는 시 경찰 자원 순경이 됐다.
◆ 또 다른 혐의자, 홍콩 경찰 출신
위엔은 2015년 홍콩 경찰에서 은퇴한 지 며칠 만에 영국-홍콩 이중 국적을 활용해 아내와 두 자녀와 합류하기 위해 런던으로 이주했다.
그는 홍콩무역진흥청(HKETO)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 기관은 홍콩과 영국 간의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2019년 홍콩 시위 이후 점점 더 정치화되었다고 BBC는 전했다.
그와 와이는 런던 차이나타운의 한 식당에서 차이나타운의 유력 인사 추팅탕의 소개로 만나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이가 히드로 공항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위엔은 중국 정부와 연줄이 있던 홍콩 경찰청 범죄정보국 전 국장 에디 마에게 “바퀴벌레는 절대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그가 마에게 최근 홍콩에서 도착한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보내자 마는 “본사에서 이 정보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답장을 보냈다.
2023년 존 리 행정장관은 해외 도피 민주화 운동가 몇 명의 현상금으로 100만 홍콩달러(약 1억 8700만원)을 내걸고 “평생 추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해외 도피 범죄자 추적을 위한 ‘여우 사냥 작전‘과 ’하늘 그물 작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법원의 유죄 선고에 중국 정부는 강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영국은 근거 없는 죄명으로 영국 내 중국 공민(시민)을 체포하고 기소하며 법을 남용하고 사법 절차를 조작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린 대변인은 "반중(反中) 홍콩 교란 세력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중국에 대해 무리한 비난과 비방·중상을 가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 코미디"라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단호히 반대하며 이미 영국 측에 엄정한 교섭(중국이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일컫는 표현)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국은 잘못된 행태를 시정하고 반중 정치 조작을 중단하라"며 "반중 홍콩 교란 세력을 옹호하는 것을 멈추고 어렵게 이룬 중·영 관계의 양호한 발전 기조를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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