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어쩌나"…불장에 고심 커지는 국민연금

기사등록 2026/05/08 11:00:13 최종수정 2026/05/08 11:48:23

국내주식 비중, 목표치 10%p 이상 초과

이달 말 기금위 중기자산배분안 '분수령'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아 원칙상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에 나서야 하지만 증시 상승세를 꺾는 대규모 매도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24.5%(395조1000억원) 수준이다.

이후 코스피가 지난 7일까지 약 20% 추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국내주식 비중은 25%를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당초 설정한 국내주식 목표 비중(14.9%)을 10%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관리하고 있다. 특정 자산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벗어나면 초과 자산을 매도하거나 부족 자산을 매입한다. 이를 통해 시장이 과열됐을 때 차익을 실현하고, 저평가됐을 때 자산을 사들여 장기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꾀한다.

올해 국민연금의 자산별 목표비중은 국내주식 14.9%, 해외주식 37.2%, 국내채권 24.9%, 해외채권 8.0%, 대체투자 15.0%였다. 다만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인 ±3%포인트와 전술적자산배분(TAA) 허용범위 ±2%포인트를 활용해 최대 ±5%포인트까지는 기계적 매매 없이 운용할 수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리밸런싱 압박을 받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내외 시장상황을 반영해 한시적으로 리밸런싱을 유예한 상황이다.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 7400선까지 돌파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리밸런싱 유예로 상당한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700조원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국내주식 비중이 25%를 돌파하며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MSCI세계주가지수(ACWI)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대 후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1600조원대를 운용하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국내에 쏠렸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운용 규모는 395조1000억원으로,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5146조4000억원)의 7.7%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경우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나치게 높은 국내 투자 비중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분산투자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업계는 이달 말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주시하고 있다. 기금위는 매년 5월 향후 5년간의 투자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기자산배분안을 수립한다.

국민연금은 중장기 자산배분안 수립에 앞서 지난 7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실무평가위원회 합동세미나를 개최, 국내주식시장 변화와 관련된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으며, 이달 말 2027~2031년 중기자산 배분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코스피 급등과 국내 자본시장 위상 변화 등을 반영해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난 6일 열린 자본시장연구원-한국금융공학회 심포지엄에서 "코스피 재평가를 고려해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비중 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목표비중을 높일 경우 허용범위 개선을 통해 유연한 리밸런싱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규모가 큰 만큼 기금위 결정은 증시 수급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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