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든 함정, 출구 못 찾아 오락가락 하는 트럼프

기사등록 2026/05/08 10:11:48 최종수정 2026/05/08 10:15:17

전쟁 목표 달성 애당초 불가능한 일

군사적 승리 전략적 승리로 연결 못해

호르무즈 장악한 이란, 협상 우위 차지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플로리다 리조트에 세운 대형 황금 동상.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란 전쟁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지정학적, 국내 정치적 함정에 빠져 있지만 출구를 찾지 못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미 CNN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말로 전쟁을 이길 수 있었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최대 한 달 반을 넘기지 않으려 했던 전쟁에서 이제 10주 째로 접어들면서도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두 가지 함정에 사로잡혀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한 채 굴복을 거부하는 탓에 전쟁을 결정적으로 끝낼 수가 없다.

분쟁이 길어지면서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고 휘발유 가격이 갤런 당 평균 4.50달러를 넘음에 따라 대중의 전쟁 반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쟁을 계속 수행할 여력도 없다.

결국 트럼프는 꼼짝 못하는 처지다. 이 현실이 그가 평화 회담의 진전에 대해 끊임없이 낙관적 주장을 하고 예고 없이 군사 전략을 발표하거나 바꾸는 경향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 파키스탄 중재로 논의되는 1쪽 짜리 각서는 전쟁을 끝내고 쟁점 해결을 위해 30일 동안 휴전하는 내용이다.

이 1쪽 짜리 문서가 복잡한 핵 협상과 이란의 미사일 및 대리 테러 프로그램을 포함해 거의 반세기에 걸친 미국과 테헤란의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크게 부족해 보인다.

나아가 이란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대규모 제재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걷겠다고 한다.

트럼프는 최근 몇 주 동안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고 이란이 자신의 모든 요구에 동의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으나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몇 시간 만에 끝난 프로젝트 프리덤

이 전쟁은 전략적 혼선,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 어두운 종전 전망으로 얼룩져왔으며 이런 추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 5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에픽 퓨리 작전”이 끝났다면서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이 시작됐다고 1시간 가까이 설명했다. 그러나 몇 시간도 안돼 “프로젝트 프리덤”이 중단됐다.

트럼프는 이란과 평화 회담을 촉진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새로운 작전을 도입했다가 곧장 포기하면서 이란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결의가 찾을 수 없게 됐다.

트럼프는 한 번의 결정적 행동으로 이란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 작전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암살했다. 이어 군사 목표물을 맹렬하게 폭격했고 뒤이어 이란 선박과 항구 봉쇄에 나섰다. 그리고 프로젝트 프리덤이 나타났다가 곧장 사라졌다.

이 갑작스러운 조치들 중 어느 것도 순교한 상관들을 대신한 강경파 이란 정권을 무너트리지 못했다. 이란에게는 생존이 곧 승리나 다름없다. 

트럼프는 6일 군인 어머니들 모임에서 대규모 병력과 자원이 투입된 이란 전쟁의 규모를 축소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소규모 충돌(skirmish)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처럼 그랬던 것처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하고 있다. 더 규모가 크지만 아주 잘하고 있다. 이란이 협상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70일이 된 시점에 이란 전쟁을 베네수엘라 작전에 비유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부정과 얼버무리기에 가까운 트럼프의 발언은 이 전쟁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 아는 지도자의 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군사적 승리에도 전략적 승리 못 끌어내

이란 전쟁은 약한 나라라도 비대칭 전쟁으로 초강대국에 맞설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란의 해군과 공군을 격파하고 군수 산업 기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이 사실일지라도 수만 명의 지상군 투입을 거부한 트럼프의 결정은 명확한 군사적 승리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미국 작전의 한계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장악이 전장을 혼탁하게 만들었다.

그 괴리가 트럼프가 군의 작전 승리를 미국의 전략적 승리로 잇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란인들이 독재 지도자들에 맞서 봉기하는 일은 없었다. 이란은 아직 핵 프로그램 추구 의지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포기하거나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넘겨주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레바논이나 가자지구에서 대리 네트워크를 재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미국 협상력 약화

지난 5일 루비오가 미국이 ”모든 패를 쥐고 있다“며 봉쇄가 이란을 굴복시킬 것이라는 트럼프 주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취약한 협상 입지가 드러났다.

루비오는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협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열려 있었고, 이란은 이제 그것이 실제로 주요 억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은 전쟁의 전략적 균형이 이란 쪽으로 기울었음을 드러낸다.

위험에 처한 미국 군인들, 무방비 상태의 이란 민간인들, 높은 휘발유 가격에 시달리는 미국인들, 트럼프의 전쟁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는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 신속한 해결이 절실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부정확함, ‘엄청난 외교적 돌파구’를 강조하는 희망적 사고, 1쪽 짜리 각서가 평화의 열쇠를 열 것이라는 비현실적 낙관론이 미 정부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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