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방배 단지 설계 변경 검토…조합원 반발 거세져
"정부의 과도한 관여는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 있어"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지나치게 화려한 아파트 문주(단지 출입구 구조물)가 주변에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준공을 앞둔 재건축 단지에 문주 축소를 유도하면서 현장 곳곳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방배 일대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당초 계획했던 랜드마크급 문주 설계 변경 논의가 이어지며 조합원 반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초구청은 올해 하반기 입주를 앞둔 반포동 래미안트리니원(반포3주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 사실상 문주 축소 설계를 요구했다.
'서울시 건축 관련 위원회 심의도서 작성 가이드라인'에 주변 지역과 단절을 초래하는 과도한 문주는 삭제하고 열린 단지로 계획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초구 관계자는 "조합과 협의를 진행할 때 직접적으로 문주 디자인을 바꾸라거나 축소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면서도 "과도한 문주 설치를 지양하고 있다는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대해 안내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단지들은 구청이 아닌 서울시에서 건축 심의를 받는다"고 했다.
이에 디에이치방배 등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당초 계획했던 문주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설계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기존의 상징적인 문주를 기대했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디에이치방배 조합은 입장문을 내고 "문주의 구성요소 중 일부인 분수 형태와 규모가 일부 조정되고 대신 다른 디자인 요소와 기능이 추가된 형태로 변경된 것"이라며 "서울시는 아파트 문주가 외부에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설치 제한과 철거 권고 등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향후 문주 설치 자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의 문주 설계안은 여러 조건을 종합해 시공사와 협의 끝에 도출한 최선의 결과"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제2의 스카이브릿지 논란'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아파트의 스카이브릿지가 도시 경관을 해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잇따라 반려됐던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규제가 완화됐으나, 여전히 건축 심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많은 조합이 선뜻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호한 행정 지도가 혼선을 키우는 만큼 명확한 기준 확립이 필요하며, 조합 역시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서강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정부가 재건축 과정에서 공공기여나 디자인 방향까지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으며, 특히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공무원의 재량 행위가 너무 커 현장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삶의 질과 무관한 디자인 요소에 과잉 투자하는 것은 결국 공사비 상승과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외관 경쟁보다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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