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칩 심고 혈관에 센서 넣고…빅테크는 지금 ‘뇌 점령’ 전쟁 중[뇌 속 컴퓨터②]

기사등록 2026/05/09 07:00:00 최종수정 2026/05/09 07:13:14

BCI, 치료 기기 넘어 '지능 증폭' 도구로…기계와 공생하는 인류 진화

머스크·빌 게이츠 점찍은 BCI 하드웨어 경쟁…'브레인 클라우드' 만든다

정부 'K-문샷' 프로젝트 가동…2030년 24조원 시장 정조준

뇌과학과 AI 결합과 관련한 참고용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머릿속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뇌가 인공지능(AI) 및 인터넷과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치료 기기를 넘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단계로 진화 중이다.

인간과 기계가 생물학적으로 결합하는 이른바 '트랜스휴먼(Transhuman)' 시대의 서막이 열리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각국 정부는 차세대 기술 패권 선점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에 돌입했다.

◆"AI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융합하라"…빅테크의 BCI 쟁탈전

BCI 기술을 '기계와의 공생'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선두 주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다. 그가 설립한 뉴럴링크는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임상시험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의료적 재활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이 고도화된 AI에 대응하려면 뇌와 AI가 직접 연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럴링크는 뇌수술 부작용을 줄이는 신기술을 적용해 올해부터 BCI 기기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뉴럴링크의 수술 방식에 맞서 진입 장벽을 낮춘 혁신 기술도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화제를 모은 미국 뇌신경과학 기업 '싱크론(Synchron)'이 대표적이다.

싱크론은 두개골에 구멍을 뚫지 않는다. 대신 목 정맥을 통해 그물망 형태의 센서를 밀어 넣는다. 심혈관 질환 환자에게 스텐트를 시술하듯, 센서가 혈관을 타고 뇌 운동피질 근처에 도달해 뇌파를 읽어내는 원리다.

이 방식은 감염 위험이 낮고 심리적 거부감도 적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거친 임상에서 환자가 생각만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쇼핑을 하는 데 성공했다. BCI 구현을 위해서는 두개골을 열어야 한다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허물기 시작한 셈이다.

애플과 메타 역시 대중화 시장을 노리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뇌파로 제어하는 기능을 개발 중이며, 메타는 손목 밴드처럼 착용해 가상 공간을 조작하는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피부 표면의 전기 신호를 읽어내 가상 공간에서 키보드 없이 타이핑을 하거나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원리다. 뇌수술 없이 일상에서 쓰는 '웨어러블 BCI' 시대가 가까워진 셈이다.

[성남=뉴시스]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K-문샷'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국내 기업 와이브레인이 개발하고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관련 기기들의 모습. (사진=윤현성 기자)
◆2030년 24조원 시장… 각국 정부, '국가 전략 기술'로 집중 육성

BCI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레인리서치는 관련 시장 규모가 2030년 177억 달러(약 24조원)까지 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다른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 등도 북미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하드웨어 및 신경 보철 시장이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BCI를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중국은 BCI를 AI의 다음 단계로 규정하고, 2030년 글로벌 패권 정조준을 목표로 수백억 달러 수준의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며 기술 굴기를 위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또한 식품의약국(FDA)의 혁신 의료기기 지정과 규제 가이드라인 정립을 통해 자국 기업들의 임상시험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K-문샷' 프로젝트를 통해 선도국 추격에 나섰다. 국내 연구진은 수술 위험이 큰 방식 대신 머리 밖에서 미세한 뇌파를 정밀하게 잡아내는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마치 수만명이 함성을 지르는 야구장에서 감독의 목소리만 정밀하게 잡아내는 고성능 지향성 마이크처럼 미세한 뇌파만 잡아낸다는 것이다.

안전성과 범용성을 앞세워 일반인 대상 시장을 먼저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일상으로 침투하는 '브레인 클라우드' 시대

전문가들은 2026년을 BCI 대중화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과거 PC가 책상 위에 놓이고 스마트폰이 손안에 들어왔듯, 이제 기기가 인간의 신경계와 직접 연결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상 속 '브레인 클라우드' 구축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 외에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뇌파 데이터 해킹이나 인지 조작 가능성, 고가 장비로 인한 '지능 양극화' 문제 등이다.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춘 윤리적·법적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CI 기술은 인간의 지능을 재정의하고 있다. 상상은 이미 현실의 문턱을 넘어서기 시작했다.이제 인류는 고도로 발달한 기계와 어떻게 공생할 것인지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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