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1년 미만 단기국채' 도입 검토…한은 차입 의존 낮춘다

기사등록 2026/05/06 06:00:00 최종수정 2026/05/06 06:30:24

재경부, 단기국채 도입 방안 놓고 내부 검토 중

세수 변동·조기 재정집행에 재정자금 미스매치↑

정부, 한은 일시차입 규모 3년 연속 100조원대

"필요한 재정 자금 시장서 유연하게 조달 가능"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재정경제부. 2026.01.06.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세입과 세출 시차로 단기 자금 부족이 반복되면서 한국은행 차입이 늘어나자,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1년 미만 단기국채 시장'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최근 단기국채 도입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채 시장은 2년·3년·5년·10년·20년·30년·50년물 등 1년 이상 만기의 중·장기물 중심 구조로 이뤄져 있다. 1년 미만 단기국채는 별도의 발행 체계가 없다.

그간 단기 자금 수요는 재정증권 발행과 한은 차입 등으로 충분히 대응해 온 데다, 단기국채는 만기가 짧아 반복적인 상환과 재발행이 필요해 차환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단기국채는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금리 변동에 민감해 발행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다.

그러나 최근 세수 변동성이 커지고 재정 집행 시기가 앞당겨지는 등 재정 여건이 변화하면서, 기존 구조 만으로는 단기 자금 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수는 법인세·소득세 납부 시기 등에 따라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반면, 재정 지출은 연중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세수 오차와 재정 조기 집행이 겹치면서 세입과 세출 간 시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재정증권·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등 만기 1년 이하 채권이 일부 발행되고 있지만, 각각의 목적과 성격이 달라 시장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사진은 지난해 5월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2025.05.22. hwang@newsis.com
재정증권은 단기 재정 자금 조달을 위해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며 연내 상환이 전제돼 공급이 제한적이고, 통안증권은 한은의 유동성 조절 수단으로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발행 규모가 좌우된다. 외평채 역시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적이 우선돼 발행 확대에 제약이 따른다.

이 같은 구조적 요인들로 '재정 자금 미스매치'가 심화되면서 한은 차입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세입과 세출 간 시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 받은 규모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2023년 117조6000억원 ▲2024년 173조원 ▲2025년 164조5000억원을 차입했다.

특히 2024년과 지난해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각각 역대 최대와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이자 규모만 봐도 2023년에는 1506억원, 2024년에는 2092억원, 2025년에는 1580억9000만원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1726억3000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한 셈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 같은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은 세출 시점에 비해 세입이 늦게 들어오면서 생기는 단기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한 제도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끌어다 쓰는 구조"라며 "이용 규모가 커질수록 재정 운용의 구조적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1년 미만 단기국채 발행을 통해 단기 자금 조달 수단을 다양화하고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보도자료를 내어 "단기 자금 조달을 한은 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지난 정부의 방식은 재정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진은 구윤철(왼쪽)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조찬회동에 입장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6.04.23. myjs@newsis.com
그러면서 안 의원은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국채 시장이 사실상 부재한 현 상황에서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금융시장 안정성과 발전을 위해 단기 국채 발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재경부는 현재 단기국채 시장 도입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1년 미만 단기국채 도입에 따른 장단점과 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법 개정과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기국채 도입이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고 금융시장 기능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단기국채를 도입할 경우 3년물이나 5년물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단기 금리를 활용해 조달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한국은행 차입 의존도를 줄이는 데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단기물이 일정 수준 공급되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는 기능도 일부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국채를 도입하면 그때그때 필요한 재정 자금을 시장에서 유연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1년 미만 구간이 비어 있어 수익률 곡선(일드 커브)이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보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단기국채 도입까지는 제도 정비와 시장 준비가 필요한 만큼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고채 발행 체계 개편과 법 개정,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데다, 한은 통안증권과의 역할 조정과 발행 한도 체계 정비 등도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내 전면 도입보다는 시범 발행 등 단계적 접근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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