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성장률 4.7%로 하향…물가 5.2%로 급등
수입 비용 급등에 인플레 압박…저소득국 재정 위기 확산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에너지 충격 속에서도 세계 경제는 예상외의 회복력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개발도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1%에서 4.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도 전망 역시 5.1%에서 4.8%로 낮췄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해 3%에서 5.2%로 크게 올렸다.
마사토 칸다 ADB 총재는 "이 지역이 심화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일시적 변동성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와 무역 네트워크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전역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규모의 인플레이션 충격"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조금 지급이나 비축 자원 활용이 일부 완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충격이 너무 커 에너지뿐 아니라 식료품과 기타 투입 비용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3월 한국의 수입 물가는 전년 대비 16.1% 상승해 1998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으며, 일본은 수입 비용 증가로 엔화 가치가 압박을 받자 지난주 약 350억 달러를 투입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싱가포르는 4년 만에 통화정책을 긴축했고, 호주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 고민하며 올해 세 번째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번 주 회의를 연다.
인도 중앙은행은 4월 시작된 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7.6%에서 6.9%로 낮추며 "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경고했다. 태국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1.5%로 낮추고, 물가 상승률 전망은 기존 0.3%에서 3%로 크게 상향했다.
대응 여력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들은 더 심각하다. 방글라데시의 아미르 카스루 마흐무드 초우두리 재무장관은 "연료 지출이 재정을 잠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물가 상승률은 8%대를 유지하고 있다.
노이만은 "부유한 국가일수록 국제 시장에서 마지막 남은 유조선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본력 격차가 곧 경제 충격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류 틸턴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전쟁 리스크를 평가하는 방식이 세 단계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전쟁 초기에는 물가 상승 영향에 주목했고, 이후에는 자원 부족과 그에 따른 경제 충격을 우려했으며, 최근에는 인플레이션과 성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로 관심이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핵심은 재정 당국이 물가와 성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경제 전반은 아직까지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이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성장률이 지난해(3.4%)보다 소폭 낮은 3.1%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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