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시민·변호사·기자들 “전쟁 뒤 정권 보복 더 거세질 것”
BBC는 이란 내부 취재원을 통해 반체제 활동가, 인권 변호사, 독립 언론인 등을 접촉한 결과, 이란 사회 전반에 짙은 불안감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거리 곳곳에는 암살된 지도자들과 새 권력자들의 얼굴이 여전히 내걸려 있고, 반정부 시위와 전쟁, 휴전 이후에도 이슬람공화국 체제는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테헤란에 사는 젊은 부부 사나와 디아코는 BBC에 전쟁 이후 정권이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소개된 이들은 교육받은 중산층 시민으로, 강경 종교통치가 끝나기를 바라는 반체제 성향의 인물들이다.
디아코가 “상황은 바뀔 것”이라고 기대를 말하자, 사나는 “바뀌었다고? 나라는 혁명수비대 손에 넘어갔고, 엉망이 됐다”고 반박했다. 사나는 처음에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정권 핵심 인사들이 제거될 때마다 “진심으로 기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기대는 무너졌다. 하메네이와 정권 고위 인사들이 사라져도 타협적인 새 정권은 들어서지 않았고, 체제는 유지됐다. 사나는 “상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더 나빠졌고, 우리는 여전히 이슬람공화국과 함께 남겨졌다”며 “그들이 이 전쟁에서 이겼다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BBC는 이란 정권에 대한 실제 지지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정권 지지 세력의 공개 집회는 정기적으로 열리지만, 반정부 집회는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란 내 반체제 인사들은 전쟁이 완전히 끝나면 국가가 내부 탄압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액티비스트뉴스에이전시(HRANA)에 따르면 전쟁 전인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5만3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전쟁이 시작된 뒤에도 수천 명이 추가로 구금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 중 정치범 21명이 교수형을 당했는데, 이는 30여년 만에 가장 짧은 기간에 집행된 최대 규모라고 BBC는 전했다.
수감자들을 돕고 있는 변호사 수전도 “전쟁 전에는 시위를 이끌었거나 화염병을 던졌거나 무장한 사람들에게 가혹한 처우가 집중됐다면, 전쟁 중에는 그 강도가 훨씬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면 정권이 전쟁에서 받은 분노를 수감자들에게 쏟아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립 언론인들도 체포와 사형 공포에 놓여 있다. 독립 언론인 아르민은 “전에는 정치범으로 몰릴 수 있었다면, 지금은 전쟁을 보도하는 것만으로도 간첩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쳤는지, 시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려 했다면, 이제는 우리와 가족이 살아남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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