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 절반, 스마트기기 하루 '2시간 이상' 사용

기사등록 2026/05/04 09:59:51 최종수정 2026/05/04 10:02:30

어린이 10명 중 4명 "스스로 멈추기 어렵다"

생성형 AI 사용 경험 72%…"숙제 등 도움"

건강한 성장 위해…"쉬는·놀이 시간 보장"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초등학생 고학년 2명 중 1명은 하루에 스마트기기를 2시간 이상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상당수 학생들은 자기통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디지털 과의존'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어린이날 104주년을 맞아 전국 초등학생 4·5·6학년 2804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인공지능(AI) 이용 실태와 인식 등 '2026 어린이 생활과 생각 조사'를 실시해 4일 결과를 발표했다.

방과후 하루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어린이는 전체의 49.2%로 절반에 육박했다. 특히 6학년의 16.5%는 하루 4시간을 초과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의 4시간 이상 사용 비율(16.5%)은 부모와 함께 있는 어린이(9.7%)보다 1.7배 높아 돌봄 공백이 디지털 과의존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스마트기기를 멈추기 어려웠던 경험이 '자주 있다' 또는 '가끔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41.0%에 달했다. 어린이 10명 중 4명 이상이 스마트기기 사용을 스스로 멈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응답자 42.5%는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불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너무 오래 사용하게 됨'(21.1%)이었으며, '공부에 집중이 안 됨'(16.8%), '사용 문제로 가족과 다툰 적 있음'(12.8%) 순이었다.

학년별로는 '너무 오래 사용하게 됨'이 6학년 25.2%, 5학년 21.5%, 4학년 14.1% 순으로 학년이 높을수록 자기통제 어려움이 증가함을 보였다. '사용 문제로 가족과 다툰 적이 있음'도 6학년 17.2%로 4학년(6.0%)의 2.9배에 달했다.

반면 스마트기기를 멈추기 어려웠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4학년 31.2%에서 6학년 17.5%로 크게 감소해 학년이 높아질수록 자기조절의 어려움을 인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챗GPT·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를 '자주 사용'(14.7%) 또는 '가끔 사용'(57.4%)한다고 답한 비율은 합산 72.0%로, 초등 고학년 어린이 10명 중 7명 이상이 이미 AI 도구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용도로는 '궁금한 것 물어보기'(41.2%), '공부·숙제 도움받기'(10.5%) 등을 꼽았다.

AI 사용 시 가장 많이 우려하는 것은 '틀린 답이나 이상한 답을 알려줄까 봐'(31.0%)였으며, '답을 믿어도 되는지 헷갈려서'(25.7%),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까 봐'(18.9%) 순이었다.

학년이 높을수록 비판적 인식은 증가했다. '틀린 답 걱정' 비율은 4학년 19.6%에서 6학년 37.0%로 2배 가까이 높아졌고, 'AI 의존 걱정'도 4학년 11.1%에서 6학년 22.6%로 증가했다.

하지만 온라인 정보의 진위가 헷갈릴 때 '주변 어른에게 묻는다'(30.3%)거나 '댓글/반응을 본다'(22.7%)는 의존적 태도가 높았고, 출처를 찾아보는 능동적 검증은 21.2%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인터넷·AI 과의존을 걱정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3.1%로, 어린이 3명 중 1명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학년별로 4학년 24.9%, 5학년 32.4%, 6학년 38.9%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걱정 경험 비율이 꾸준히 증가했다.

디지털 문제 해결에 가장 도움이 되는 존재로는 '부모·보호자'(75.9%)를 꼽아, 가정의 역할이 핵심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먼저 해야 할 일로는 '휴대전화 사용 규칙 마련'(52.9%), '개인정보 보호 강화'(42.5%), 'AI·인터넷 올바른 사용 교육'(34.1%) 등이 제시됐다.

어린이들이 건강한 성장을 위해 어른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쉬는 시간과 놀이 시간 보장'(42.4%)과 '공부 부담 줄이기'(42.0%), '학교폭력 없는 안전한 환경'(34.8%), '충분한 수면 보장'(30.1%) 등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용 AI 사용 등 국가 단위 기준 제도화 ▲학교-가정 연계 스마트기기 사용 규칙 표준안 개발 ▲어린이 대상 플랫폼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과 후 자유 놀이 시간 보장 제도화 ▲선행학습 규제 및 학원 시간 제한 등 사교육 완화 정책 ▲접근 문턱을 낮춘 어린이 상담 인프라 확충 등을 요구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자고, 놀고, 쉴 수 있는 일상의 기본권"이라며 "디지털 기기에 잠식되고 과도한 학업에 억눌린 아이들에게 진짜 놀이와 쉼을 돌려주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달 9~22일 전국 초등학교 4·5·6학년 2804명을 대상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도 수준에 오차범위 ±2.0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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