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는 못 믿는다는데…AI·코인 돈폭탄, 美 중간선거 흔든다

기사등록 2026/05/04 10:00:00 최종수정 2026/05/04 10:34:24

친AI 슈퍼팩 7500만달러 모금…코인 단체도 경합 예비선거에 2800만달러 투입

美 유권자 45% “코인 투자 위험”…절반 가까이는 “AI, 일자리 더 없앨 것”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동반 강세를 펼쳤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대한 경계감에 횡보세를 나타내고 있는 12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5.08.1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인공지능(AI)와 가상화폐 업계가 미국 중간선거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미국 유권자 상당수는 코인 투자를 위험하다고 보고, AI 발전 속도에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어 막대한 선거자금이 후보들에게 득이 아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AI와 가상화폐 관련 정치단체들이 2026년 중간선거 자금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지만, 미국인 다수는 두 산업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와 여론조사업체 퍼블릭퍼스트가 지난 4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5%는 가상화폐 투자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더라도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고 답했다. 44%는 AI가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봤다.

가상화폐에 대한 불신은 금융 신뢰 문제로도 이어졌다. 응답자 절반 가까이는 가상화폐 플랫폼보다 전통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고, 가상화폐 플랫폼을 더 신뢰한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AI 산업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3분의 2는 의원들이 엄격한 규제를 부과하거나 최소한 광범위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봤다.

문제는 이런 불신 속에서도 AI와 가상화폐 업계가 선거판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산업과 연결된 슈퍼팩들은 자신들의 규제 완화 또는 산업 보호 의제에 우호적인 후보들을 밀기 위해 경합 지역에 수천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슈퍼팩은 미국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돕거나 떨어뜨리기 위해 광고·홍보전에 돈을 쓰는 민간 선거자금 단체다. 2010년 법원 판결들을 계기로 본격 허용됐고, 개인·기업·노조 등으로부터 사실상 무제한으로 돈을 모을 수 있다. 다만 후보 캠프에 직접 돈을 주거나 “어느 지역에 어떤 메시지로 광고를 내자”는 식으로 선거전략을 함께 짜는 것은 금지된다.

친AI 슈퍼팩인 ‘리딩 더 퓨처’는 지난해 8월 출범 이후 이미 75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이 단체는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일리노이, 뉴욕 등에서 민주·공화 양당 후보를 상대로 예비선거 자금을 집행했다.

가상화폐 업계의 대표적 슈퍼팩인 ‘페어셰이크’도 코인베이스, 안드리슨 호로위츠, 리플랩스 등의 지원을 받아 양당 후보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페어셰이크 계열 정치단체들은 이미 여러 경쟁 예비선거에 2800만 달러를 썼다.

[뉴저지=뉴시스]국제리더스재단(ILEF)은 28일(현지시간) 오후 6시30분부터 미 뉴저지주 클립사이드파크에서 ILEF 슈퍼팩 출범을 알리는 오프닝 리셉션을 개최했다. 미국의 슈퍼팩이란 선거 관련 정치자금을 자유롭게 모으고 사용할 수 있는 단체다. 한국인이나 한인이 주도하는 슈퍼팩이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ILEF 홈페이지). 2023.09.29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업계는 선거자금뿐 아니라 워싱턴 로비에도 거액을 쓰고 있다. AI 로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팽창했고, 오픈AI와 앤스로픽은 2026년 1분기 로비 비용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업계도 디지털 자산 규제 체계를 전면 개편하도록 의회를 압박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로비에 투입해왔다.

가상화폐 업계의 핵심 목표는 상원에 계류 중인 시장구조 법안, 이른바 ‘클래리티법’ 통과다. 업계는 이 법이 통과되면 워싱턴이 가상화폐 산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디지털 토큰을 어떤 시장 규제기관이 감독할지에 대한 장기적 확실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업계는 주별로 흩어진 규제가 아니라 하나의 연방 규칙을 원하고 있다. 각 주 의회가 AI 규제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키는 가운데, 업계는 주마다 다른 규제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백악관과 의회 공화당은 대체로 이 목표에 우호적이지만, 민주당 다수는 지금까지 제시된 규제가 지나치게 약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업계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있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가상화폐를 사거나 거래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고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AI에 대해서는 응답자 절반 가까이가 AI가 만들어내는 일자리보다 없애는 일자리가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고, 43%는 AI의 이익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답했다. 이런 불신은 특정 정당 지지층에만 국한되지 않아 해리스 지지자의 49%, 트럼프 지지자의 46%도 AI가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직 많은 유권자는 AI·가상화폐 슈퍼팩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른다. 친AI 슈퍼팩 리딩 더 퓨처를 들어봤다는 응답자는 9%, 친가상화폐 슈퍼팩 페어셰이크를 들어봤다는 응답자는 3%에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지점을 선거 쟁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규제 필요성을 강조해온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사람들은 AI 기업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신들을 짓밟는 것을 원하지 않고, 가상화폐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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