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앤트로픽·구글·아마존 등 예약·결제 직접 수행하는 '행동형 AI' 속속 출시
네이버·카카오도 가세…쇼핑·금융·헬스 연동한 K-AI 비서 연내 격돌
검색 광고 대신 추천·거래 기반 수익 모델 주류될 듯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인공지능(AI) 시장이 최근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독식한 오픈AI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구글의 가파른 추격과 앤트로픽의 기업용(B2B) AI 시장 잠식 영향으로 오픈AI 매출, 이용자 증가세가 내부 목표치를 밑돌았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이 영향에 오픈AI 파트너사인 소프트뱅크, 오라클, AMD 등의 주가가 급락했다.
오픈AI의 수익 둔화 우려는 막대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유지비와 모델 고도화에 따른 한계비용 상승, '챗GPT' 유료 구독자 이탈 현상까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앤트로픽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AI가 단순히 텍스트를 생성하거나 정보를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실용적 에이전트' 부문에서 승기를 잡는 모양새다.
앤트로픽이 최근 공개한 '컴퓨터 유즈' 기능은 AI 에이전트 시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이 기능은 AI가 인간처럼 화면을 직접 시각적으로 파악하고 마우스 커서를 이동해 클릭하거나 텍스트를 입력하는 등 컴퓨터 인터페이스 전체를 자율적으로 제어한다.
AI 에이전트 시장을 두고 사활을 건 전쟁이 시작됐다. 모바일 시대를 이끌었던 구글과 애플에 이어 AI 시대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두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눈과 손이 된 AI"…국내외 공룡들 각축전
글로벌 주요 빅테크는 각자 보유한 강점을 무기로 AI 에이전트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범용성'을 내세운 오픈AI와 기업 특화를 앞세운 앤트로픽 간 경쟁이 볼 만하다.
생성형 AI 시장의 선두주자 '오픈AI'가 내놓은 '오퍼레이터'가 대표적이다. 챗GPT처럼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웹페이지의 버튼을 직접 클릭하고 결제까지 수행한다.
앤트로픽은 '실제 업무 수행'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공개한 '컴퓨터 유즈'는 AI가 화면을 직접 인식하고 마우스를 움직여 클릭·입력까지 수행하는 기술로 단순 응답형을 넘어 '행동형 에이전트'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클로드 코드' 역시 앤트로픽의 필살기다. 단순히 코드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프로젝트 전체를 이해하고 수정·배포까지 수행하는 ‘실행형 AI’에 가깝다는 평가다.
구글은 딥마인드 기술을 이식한 '제미나이 에이전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용자의 복잡한 명령을 분석해 웹사이트 내에서 다단계 과업을 스스로 수행한다.
아마존은 쇼핑 비서 '루퍼스'를 내세웠다. 수많은 리뷰를 요약해 "이 이어폰이 운동할 때 좋은지" 등을 알려주고 원하는 가격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구매까지 해준다. 소비자가 정보를 찾으러 구글로 나가는 것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국내 기업들도 방대한 생활 데이터를 무기로 반격에 나섰다. 네이버는 쇼핑, 금융 등을 통합한 '에이전트 N'을 연내 출시한다. 맛집 예약부터 최적 경로 제안은 물론, 병원 예약까지 돕는 서비스를 구현한다. 네이버페이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자산 관리 및 투자 전략도 조언한다.
카카오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올해 AI 에이전트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과거 대화를 기억해 선물을 추천하고 일정을 관리한다.
'챗GPT 포 카카오'에서는 AI 에이전트 '카카오툴즈'를 기반으로 올리브영, 무신사 등 뷰티·패션·여행 분야 외부 서비스까지 하나의 대화창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여행 코디 추천해 줘"나 "세금 신고 도와줘" 같은 요청을 카카오톡 안에서 완결할 수 있게 된다.
◆빅테크가 AI 에이전트에 '올인'하는 이유
빅테크들이 AI 에이전트 개발에 수조원대 거금을 쏟아붓는 이유는 명확하다. AI가 단순한 정보 제공자를 넘어 소비자의 구매 결정권을 쥔 '대리인'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는 직접 검색하고 정보를 비교했다. 이 과정에서 포털은 검색 광고로 돈을 벌었다.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는 소비자가 앱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길목을 장악해 수수료를 거뒀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이 과정을 대신한다. 소비자가 "제주도 여행 일정 짜고 예약해줘"라고 말하면 AI가 항공권 비교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낸다. 소비자는 수많은 타깃 광고 대신 AI가 걸러낸 단 하나의 선택지만 받게 된다. 여기서 밀리면 검색 광고나 앱마켓 수수료로 먹고 살던 빅테크들의 수익 모델은 뿌리째 흔들린다.
강력한 록인 효과도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AI 에이전트가 내 취향을 학습하면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가 어렵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비서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 구글과 애플이 검색과 앱 유통을 장악했다면 AI 시대에는 사용자의 질문을 처음 받는 에이전트가 사실상 모든 트래픽과 결제 흐름을 통제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
관건은 수익화다. 에이전트가 소비자 의도를 읽고 검색, 비교, 추천, 구매까지 대신 처리하는 '제로 클릭' 경제가 본격화되면 기존 검색 기반 광고 모델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광고가 사라지기보다 형태가 바뀔 것으로 본다. 추천 결과 옆에 스폰서형 정보를 노출하거나 결제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 대안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무료 또는 저가 에이전트로 이용자 유입을 확보한 뒤 광고·수수료 모델을 결합하는 전략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실제로 오픈AI는 이미 미국에서 무료·저가 요금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 기반 챗GPT를 운영하고 있다. 오픈AI는 광고가 답변 내용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유료 요금제는 광고 없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에이전트가 검색부터 결제까지 대신 처리하면 사용자는 더 이상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며 "결국 트래픽보다 거래를 누가 더 가져가느냐인데, 검색 광고 중심 구조는 점차 축소되고 추천·거래 기반 수익 모델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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