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팩트] 美 USTR 공세 "망 대가 韓만 요구" 주장, 따져보니

기사등록 2026/04/29 17:34:10

USTR "한국만 망 대가 요구" 주장… 미국·유럽·독일 모두 유료 전송 요구

국내 규제·미국 기업 차별 사례?… "존재하지 않는 규제 두고 입법 압박"

망 중립성과 대가는 별개… 미국 FCC와 국내 사법부도 "상업적 계약" 인정

[워싱턴=뉴시스]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7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서 세계에서 가장 정신나간 무역장벽 열가지를 소개하겠다며 한국의 망사용료 부과를 이 중 하나로 지목했다. (사진=USTR X 캡쳐). 2026.04.2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느닷없이 우리나라 망 이용대가를 과도한 무역장벽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시장의 실제 관행과 법적 판단을 외면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USTR의 핵심 주장을 4가지 쟁점으로 팩트체크했다.

① 한국만 유독 망 대가를 요구한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망 사용료를 강요하는 예외 국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글로벌 트렌드와 괴리가 크다.

자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표적 통신사인 AT&T는 '피어링 정책'을 통해 대규모 트래픽을 전송하는 사업자에게 유료 계약을 요구한다. 브렌든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도 "빅테크의 무임승차를 끝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프로젝트 2025 백서를 통해 향후 FCC 과제로 '빅테크의 기금 납부 등을 통한 인터넷망 투자 기여'를 제안하기도 했다.

유럽도 다르지 않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새로운 법안인 디지털 네트워크법(DNA)을 통해 통신사(ISP)와 콘텐츠 사업자(CP) 간 분쟁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망 이용 사업자가 지속 불가능한 투자를 초래해서는 안되며 트래픽 유발에 따른 이익은 네트워크 투자에 공유돼야 한다는 취지다.

독일 고등법원은 올해 2월 메타(옛 페이스북)가 도이치텔레콤에 약 3000만 유로(한화 약 450억 원)의 망 대가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당한 망 대가 지불이 전 세계적인 시장 관행이 되고 있다.

 ②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


USTR은 망 대가 논의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미친 무역 장벽'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망 대가를 강제하는 법안이 시행된 바 없다.

청와대 역시 "미국 기업이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회에서 발의된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통과된 법안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5년 11월 한미 정상 공동 팩트시트에 명시된 디지털 비차별 약속이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USTR 측도 정작 근거를 묻자 "현재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미국 기업들에게 과도한 보상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아직 있지도 않은 법을 두고 규제라고 우기는 건 향후 입법화를 막기 위한 압박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법안들이 계류돼 있을 뿐이다. 이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업자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힘의 논리에 치우지지 않도록 이용 조건과 대가를 포함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는 법안은 국적과 상관없이 대형 트래픽 유발 사업자 모두에게 공정한 계약을 맺으라는 취지로, 특정 국가 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는 거리가 멀다"고 언급했다.

③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

앞서 미국 정부는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망 이용대가가 한국 통신사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 지표는 이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는 이용자를 싹쓸이하고 있다. 반면 국내 통신사의 IPTV 가입자 증가율은 0.49%까지 떨어지며 시장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망 대가 논의가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

일부 빅테크는 망 중립성을 방패로 내세운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사가 콘텐츠의 종류에 따라 전송 속도 등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망 대가는 '통행료'와 같은 상업적 계약의 문제다. 국내 사법부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유상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며 망 중립성과 대가 지불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FCC 역시 ISP(통신사)와 CP(콘텐츠사) 간의 상호 연결 문제는 망 중립성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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