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 탈퇴에도 단기 유가 영향 제한…장기 공급 질서 '흔들'

기사등록 2026/04/29 11:51:48 최종수정 2026/04/29 12:50:24

유가 영향 제한적…전쟁 변수에 시장 이미 반영

장기적으로 공급 질서 재편 불가피…사우디 부담↑

[빈=AP/뉴시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밖에 OPEC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3.06.05.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했지만, 국제 유가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산유국 간 공조 체제가 흔들리며 글로벌 석유 공급 질서에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동의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UAE는 다음 달 1일부로 OPEC과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의 연대체)를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탈퇴 발표 이후 큰 변동 없이 배럴당 11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이날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1.26달러로 전장 대비 2.8% 올랐다. 이는 전쟁 발발 이전 대비 약 50% 상승한 수준이다.

현재 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OPEC의 결속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주요 산유국들의 수출이 제한된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부 걸프 산유국들은 생산량을 최대 30% 이상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공급 불안이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UAE의 탈퇴가 추가적인 단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시장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UAE의 이탈은 OPEC의 핵심 기능인 생산량 통제 체계를 약화시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OPEC은 그동안 회원국 할당량을 통해 가격을 조절해 왔지만, 의미 있는 예비 생산 능력을 가진 핵심 산유국이 빠지면서 시장 관리 능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IEA는 이번 탈퇴로 OPEC의 전체 생산 능력이 약 10~13%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데이터 분석회사 케플러의 호르헤 레온 리스타드 에너지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하루 약 480만 배럴의 생산 능력을 가진 국가의 이탈은 OPEC의 가격 조정 수단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시장 관리 능력에 구조적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UAE는 현재 OPEC 할당에 따라 하루 약 34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500만 배럴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탈퇴 이후에는 이러한 증산 계획을 제약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호마윤 팔락샤히 케플러 수석 분석가는 "OPEC은 전 세계 공급의 약 25~30%를 차지해 왔는데, 핵심 산유국 이탈은 내부 결속 약화를 가속할 것"이라며 "향후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균열도 뚜렷해지고 있다. UAE는 그동안 OPEC 내 생산 할당에 불만을 제기해 왔으며,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도 악화돼 왔다. 이란 대응 전략과 지역 안보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도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전쟁으로 UAE의 탈퇴 결심이 더 확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이후 이란은 UAE를 향해 280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는 UAE의 안보 불안을 크게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UAE는 기존 아랍권 동맹의 대응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해 왔다.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히센 라이스대학교 베이커 연구소 연구원은 "위기 상황에서 기존 관계가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UAE의 전략 변화를 가속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요인도 작용했다. UAE는 세계에서 생산 비용이 낮은 산유국 중 하나로, 비교적 낮은 유가에서도 재정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를 중심으로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자해 온 만큼, OPEC 탈퇴는 증산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제약을 제거하는 효과를 갖는다.

UAE의 탈퇴로 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이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사실상 석유 가격을 관리하는 역할을 더 크게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이슨 보르도프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 에너지 정책센터 소장은 NYT에 "핵심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다른 국가들의 제한된 지원 속에서 글로벌 석유 시장 관리의 상당 부분을 기꺼이 감당할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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