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왕홀 휘두르듯 유머 발산
"교묘한 후위 작전 없으니 안심하라"
양국 긴장 늦추며 트럼프에 완곡히 반박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8일(현지시각) 미 의회 연설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처럼 농담으로 미 의원들을 사로잡았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찰스 국왕이 연설하는 모습은 마치 그가 다정하게 왕홀을 휘두르는 듯했다. 유머가 터질 때마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 박수와 폭소로 반응했다.
찰스는 "이곳은 우리가 공유한 역사의 한 시기를 상징하는 도시이며, 찰스 디킨스가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Georges)'라고 불렀을 법한 곳"이라고 말했다. 웃음의 물결이 번지자 잠시 말을 멈췄던 찰스가 "미국의 첫 번째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저의 5대조 할아버지인 조지 3세 국왕"이라고 이어갔다.
그가 "제가 무슨 교묘한 후위 작전(rear-guard action)의 일환으로 여기 온 것이 아니니 부디 안심하라"고 덧붙이자 더 많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찰스는 또 국왕이 의회에서 연설할 때 버킹엄 궁전에 국회의원 한 명을 "인질"로 잡아두는 영국 의회의 "전통"을 가볍게 언급하면서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에게 "오늘 이 자리에 그 역할을 자원할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영국의 긴 역사를 조롱하는 농담도 있었다.
찰스는 미국 식민지가 "250년 전, 즉 영국식으로 말하자면 그저 엊그제" 독립을 선언했다고 말한 뒤 잠시 멈춘 채 열광적인 반응에 미소를 지었다.
국왕의 여유로운 태도와 재치가 항상 대치해온 미 양당 의원들의 긴장을 낮췄다.
찰스는 섬세하게 균형 잡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영국과 미국 사이의 정치적 긴장을 진정시키려 했고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더 많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영국을 공격하는 트럼프에게 완곡하게 반박하려 했다.
찰스 국왕이 1215년 존 국왕이 서명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를 언급하면서 권력의 견제와 균형, 입법 과정에서의 사려 깊은 토론을 포함하는 민주주의 토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미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
이런 순간들은 트럼프의 영국 왕실에 대한 각별한 애정 덕분에 최근 몇 년 사이 영국 왕실이 외교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찰스 국왕의 농담들은 다른 사람이 했다면 훈계처럼 들렸을지도 내용이지만 찰스는 청중이 받아들이기 쉽게 전달했다.
찰스는 "우리 두 나라의 본질이 정신의 관대함이며, 연민을 키우고 평화를 증진하며 상호 이해를 심화하고, 모든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아무런 신앙이 없는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의무라고 온 마음을 다해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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