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절제된 영국식 어조…이면엔 강한 속뜻" 평가
나토 등 동맹 강조…말보단 행동·권력 균형·전쟁 등 일침
폴리티코는 "영국 국왕은 선출직 공무원, 대법관, 미군 관계자 등 초당적 청중 앞에서 특유의 절제된 영국식 어조로 연설했지만 그 이면에는 강한 속뜻이 담겨 있었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유머와 품격 속에 담긴 미묘한 반박"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권력에 대한 견제를 촉구했다"고 짚었다.
찰스 3세 국왕은 미국 국빈방문 이틀째인 이날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모친인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1991년 연설 이후 35년 만, 영국 국왕으로서는 두 번째 연설이다.
다음은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분석한 찰스 3세 국왕의 숨은 메시지들이다.
◆나토 5조 강조
국왕의 발언 : 9.11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역사상 처음으로 제5조(집단방위)를 발동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테러에 맞서 단결했을 때 우리는 함께 대응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 냉전, 아프가니스탄 등 지난 한 세기 넘게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속뜻 : 영국은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미국과 함께했으니, 이제 와서 나토 제5조를 저버리지 말라는 메시지.
◆영국 왕립 해군의 위상
국왕의 발언 : 나는 아버지 필립 공과 조부 조지 6세, 증조부 조지 5세, 그리고 종조부 루이 마운트배튼의 뒤를 이어 왕립 해군에서 큰 자부심을 갖고 복무했다.
속뜻 : 영국 해군을 깎아내리는 발언은 그만하라는 경고.
◆미국의 행동과 책임
국왕의 발언 : 미국의 말은 독립 이후 줄곧 무게를 가져왔다. 그러나 행동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우리가 하는 말은 잊힐 수 있지만, 우리가 한 일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속뜻 : 과격한 소셜미디어(SNS) 발언보다 실제 행동이 중요하다. 관계만 정상화하면 과거 발언은 눈감아 줄 수 있다는 신호.
◆권력의 견제와 균형
국왕의 발언 : 미국 대법원 역사학회에 따르면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는 1789년 이후 최소 160건의 미 대법원 판례에서 인용됐다. 이는 행정부 권력이 견제와 균형 아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의 토대다.
속뜻 : 권력 견제 장치는 이미 갖춰져 있으니 제대로 활용하라는 메시지.
◆사회적 병폐에 대한 인식
국왕의 발언 : 양국 모두 다양하고 자유로운 사회이기에 집단적 힘을 갖는다. 이는 오늘날 여러 사회 문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속뜻 : 이번 방문 중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지는 않겠지만,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겠다는 신호.
◆기후 위기와 안보
국왕의 발언 : 대서양 심해부터 급속히 녹고 있는 북극 빙하에 이르기까지, 미군과 동맹국의 헌신과 역량은 나토의 핵심이다. 우리는 공동의 적으로부터 시민과 이익을 지키고 있다.
속뜻 : 그린란드 문제 등 동맹을 흔드는 발언은 자제하라는 의미.
◆에너지와 전쟁 비용
국왕의 발언 : 유럽부터 중동까지 이어지는 갈등은 국제사회에 큰 도전이 되고 있으며, 그 여파는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고 있다.
속뜻 :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영국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
◆고립주의에 대한 경고
국왕의 발언 : 우리 동맹의 공동 가치를 수호하고, 점점 더 내향적(inward-looking)이 되라는 유혹은 무시하기를 바란다.
속뜻 :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노선에 대한 우회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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