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현행범 동행인이 채뇨 거부하자 체포한 경찰…대법 "위법"

기사등록 2026/04/29 06:00:00 최종수정 2026/04/29 06:18:24

수감 후 다른 사람 소변 받아 제출해 음성 판정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대법 "처벌 못 한다"

[그래픽=뉴시스] 필로폰 투약 현행범과 함께 있던 사람의 몸을 강제로 수색한 뒤 소변검사를 요구하고 거부하자 체포한 경찰의 행위는 위법한 체포·수색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뉴시스 DB) 2026.04.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필로폰 투약 현행범과 함께 있던 사람의 몸을 강제로 수색한 뒤 소변검사를 요구하고 거부하자 체포한 경찰의 행위는 위법한 체포·수색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자영업자 A(57)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 보내 다시 심리하게 했다고 29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24년 6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송파경찰서 경찰관들은 같은 날 오전 2시께 경기 의정부시 한 식당에서 마약 전달책을 체포했다. 이후 마약 전달책이 A씨와 B씨가 투숙 중인 인근 모텔을 방문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즉시 해당 모텔을 찾아갔다.

경찰은 모텔 앞에서 나오던 A씨와 B씨에게 투숙하던 방으로 임의 동행을 요구했고, B씨 가방에서 필로폰을 발견해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방에 남아 있던 A씨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거나 주먹을 펴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경찰은 A씨의 양팔을 붙잡거나 수갑을 채워 강제수색에 나섰다.

마약이 발견되지 않자, 경찰은 A씨를 상대로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소변검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음성이 나오면 귀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경찰은 A씨를 필로폰 투약 방조 등 혐의로 긴급체포해 유치장으로 옮겼다.

유치장에 있던 A씨는 이튿날 오전 9시40분께 함께 입감돼 있던 다른 수감자의 소변을 받아 자신의 것인 것처럼 제출했고, 음성이 나오자 풀려났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자유·평등·정의가 적혀 있다. 2026.04.29. myjs@newsis.com
A씨는 이처럼 남의 소변을 자신의 것인 양 경찰을 속여 위계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고, 1·2심은 혐의를 인정했다.

앞선 재판에서도 경찰의 수색과 체포의 위법성이 쟁점이 됐으나, 1·2심은 A씨가 임의동행에 응했으며 수색이도 동의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경찰은) A씨가 손을 빼라는 요구에 불응하며 과격한 행동을 보이자 일시적으로 수갑을 채웠다가 안정된 후 풀어준 것으로 보인다"며 "위법한 장구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법한 체포·수색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경찰관의 동행 요구에 응해 방으로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경찰관들은 B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방을 나간 뒤 상당 시간에 걸쳐 양손에 수갑을 채워 신체를 수색하고 거부하는 피고인에게 지속적으로 소변검사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사실상 강제수사로 위법한 체포와 수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마약 투약 여부의 확인을 위한 채뇨 요구가 이뤄진 이상, 경찰관들의 채뇨 요구는 위법하다고 볼 수 밖에 없어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