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긴 시간의 감각…권창남 개인전 ‘아로새기다’

기사등록 2026/04/28 14:24:27 최종수정 2026/04/28 15:50:24

금산갤러리서 5월 6일 개막

권창남, 그곳에 가면. . . , 2023, 그린마블, 79 × 40 × 30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가 권창남은 한국의 고가구와 전통 건축을 돌로 조각하며, 사물과 자연에 스며든 삶의 흔적과 정서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조각은 무엇을 재현하는가를 넘어,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묻는 장르로 확장돼 왔다. 그는 돌이라는 전통적 재료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물성의 탐구에 머무르지 않고, 사물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서울 소공동 금산갤러리는 5월 6일부터 6월 4일까지 권창남 개인전 ‘아로새기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사물과 풍경을 단순한 대상이 아닌 기억과 존재를 품은 조형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정교하게 조각된 반닫이와 누각, 정자 등은 외형의 재현을 넘어, 오랜 시간 인간의 삶과 함께 축적된 정서의 집합으로 기능한다. 단단한 돌 속에 기억을 새기고, 사라진 시간의 감각을 현재로 호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태도는 사물을 기억과 상상의 장소로 바라본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사유와도 맞닿는다. 권창남에게 반닫이와 정자, 누각은 과거의 형상이 아니라 삶의 시간과 정서를 품은 기억의 공간이다.

작가의 시선은 유년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아버지의 이야기 속 만주의 들판과 금강산의 풍경, 어머니의 손길이 머물던 반닫이는 자연과 인간, 삶과 정서를 잇는 장면으로 재구성된다. 조각은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부성과 모성의 감각을 돌 위에 다시 새기는 행위로 확장된다.
권창남, 그리워하다 16, 2022, 노란대리석, 분홍색 상감, 145 × 113.5 × 45.4 cm *재판매 및 DB 금지

권창남의 작업은 한국적 조형 감각에 대한 사유이기도 하다. 서구 조각의 형식과 이론이 지배해온 맥락 속에서, 그는 한국의 재료와 사물, 삶의 감각을 기반으로 조각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이는 전통의 차용을 넘어, 매체를 자신의 문화적 기반 위에서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권창남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상명대학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1998년 첫 개인전 이후 다수의 전시와 아트페어에 참여했으며, 서울국제조각페스타 대상(2021)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서울시-코펜하겐 문화교류 프로젝트를 통해 작품 ‘기억-그곳에 가면’을 코펜하겐 시청사에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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