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튀기"는 이제 그만…OTT 업계, '메뚜기 시청자' 잡는 자물쇠 전략은

기사등록 2026/05/03 08:00:00 최종수정 2026/05/03 08:06:24

원하는 것만 몰아보고 해지하는 '체리피커' 급증에 OTT 업계 비상

웨이브, 결제액 100% 코인 환급…'남은 돈' 심리로 이탈 방어막 구축

티빙·디즈니+ 결합 요금제도 출시…'적과의 동침'으로 해지 문턱 높여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지난 2월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예능 '운명전쟁49'. 운명술사들의 서바이벌이라는 신선함으로 시청자를 단숨에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이 콘텐츠만 골라본 뒤 바로 구독을 취소하는 이른바 '광속 해지 현상'을 보였다. 볼 게 없으면 미련 없이 떠난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체리피커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독료가 지속적으로 오르자 이용자들은 '빈지 워칭(몰아보기)'에도 능숙해졌다. 내가 원하는 콘텐츠가 구독 플랫폼에 없는 경우 새로운 플랫폼을 한 달만 결제하고 몰아본 뒤 해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처럼 OTT 유목민이 늘어나자 신규 가입자 유치보다 기존 가입자 수성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집토끼'를 잡기 위한 이색 전략도 쏟아진다.

◆웨이브의 승부수, 현금 대신 '코인' 남기기

웨이브는 가입자의 지갑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했다. 최근 시작한 '코인 페이백' 행사가 대표적이다. 첫 달 결제 금액의 100%를 '웨이브 코인'으로 돌려준다. 사실상 2개월 요금으로 3개월간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다. 신규 가입자나 신규 할인 혜택을 받은 지 12개월이 지난 재구매 고객이 대상이며, 할인 혜택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면 기간에 상관 없이 대상자다.

이 전략의 핵심은 심리적 장치다. 현금 할인은 결제하고 나면 잊히기 쉽다. 하지만 코인은 계정에 숫자로 남는다. 이용자는 "내 돈이 아직 여기 남았는데 지금 해지하면 손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가입자의 발길을 붙잡는 일종의 사이버 지갑을 만들어둔 셈이다.
[서울=뉴시스] 웨이브는 웨이브 이용권을 처음 구매하거나 기존 이용권 종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 다시 구매하는 재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100% 페이백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웨이브 제공) 2026.04.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웨이브는 코인 리워드뿐 아니라 음악 플랫폼 멜론과의 결합 이용권도 선보이며 특정 콘텐츠 소비 이후 이탈하는 이용자를 붙들고 있다. 지난달 30일 출시한 '멜론X웨이브 플레이 패스'는 개별 이용시 1만3090원보다 31% 저렴한 9000원에 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정 드라마나 예능 공개 기간에만 가입했다가 해지하는 이벤트성 소비가 많은 OTT와 달리 음악 스트리밍은 출퇴근길, 운동 등 일상 속 사용 빈도가 높은 생활형 소비에 가깝다. 함께 쓰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 해지 결정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출시를 기념해 이달 31일까지 플래이 패스를 결제하면 둘째달 이용료는 100원만 내면 된다. 사실상 두달간의 서비스를 총 9100원에 즐길 수 있는 구조다.

◆라이벌끼리 손잡고 "나갈 문을 닫는다"

사업자 단독으로 체리피커를 막을 수 없다면 라이벌과도 손을 잡는 것도 요즘 OTT 사업자들의 방식이다.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가 출시한 '3팩(PACK)' 결합 요금제가 그 사례다. 

개별 가입했을 때 스탠다드 기준 총 3만4300원에 달하는 요금을 37%나 할인해 2만원대로 낮췄다. 이용자가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서비스를 묶어 쓰게 되면 해지 결정은 훨씬 어려워진다. 한 곳에서 볼 게 없어도 다른 곳의 콘텐츠가 남아있기 때문에 "일단 유지하자"는 심리가 작동한다.

OTT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자주 들락거려야 광고주를 설득하고 플랫폼을 유지할 수 있다"며 "단순히 신규 고객을 모으는 것보다 기존 고객이 떠나지 않게 만드는 '충성도 강화' 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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