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예스24 라이브홀 내한공연 리뷰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성료한 일본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아이나 디 엔드(AiNA THE END)의 무대가 그랬다. '아이나 디 엔드 라이브 2026 - 피크닉 - 인 서울'에서 그는 특유의 허스키한 보컬과 전위적인 퍼포먼스로 생의 환멸과 환희를 거침없이 오갔다. 감당하기 벅찬 감정의 소용돌이를 가장 날 것의 형태로 쏟아내며, 무너진 마음들이 온전히 머물 수 있는 폐허 위의 피난처를 자처했다.
'악기 없는 펑크 밴드' 비슈(BiSH) 출신으로 솔로 커리어의 첫 아시아 투어 포문을 연 그녀는, 자신만의 그로테스크하고도 아름다운 언어를 들려줬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짙고 허스키한 보컬을 바탕으로, 무대 위의 아이나는 서늘한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운 매력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했다.
특히 곡마다 다르게 덧입혀지는 안면 근육의 미세한 떨림은 음악 그 자체의 의인화였다. 바닥에 눕거나 무릎을 꿇는 등 생생한 자유로움을 뿜어내던 그녀의 목소리와 몸짓에는 삶의 찰나에서 피어나는 환락,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환상,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환심, 기대가 무너진 자리의 환멸, 그리고 마침내 타인을 온전히 껴안는 환대 등 결이 다른 감정들이 풍부하게 교차했다. 이 다층적인 감정선은 왜 그녀의 무대가 그토록 압도적인 몰입감을 빚어내는지를 증명했다. 2023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키리에의 노래' 주연을 맡아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을 거머쥔 그이기도 하다.
무대 장악력 역시 압권이었다. '레드:버스마크(Red:birthmark)'와 '러브식(Love Sick)'이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마치 주술을 거는 것처럼 객석을 압도했다. 공연 내내 두 명의 여성 댄서와 함께 그려낸 전위적이고 관능적인 사이키델릭 퍼포먼스는 시각적 쾌감의 정점을 찍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그녀의 파급력을 입증한 '혁명도중(革命途中·Kakumei Tochu)' 무대에서는 객석의 폭발적인 떼창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폭발하는 에너지 이면에는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짙은 위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이나 디 엔드는 18세에 만든 곡 '사라지지 마(Kienaide)'를 부르기 전,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긴다면 오늘을 '부적'처럼 여겨 달라"고 청했다. 서툴고 미숙했던 시절의 결핍으로 빚어낸 문장들이, 훗날 누군가의 고된 생을 지탱하는 단단한 매개체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상처를 기꺼이 꺼내어 보임으로써 타인의 아픔에 머물 곳을 내어주는 이 연대의 방식은, 그녀의 음악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삶을 짚어내는 철학적 질감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 내내 "고양이 요정이 되고 싶다"며 다정한 인사를 건넨 그녀는 "한국에서 아직 비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비 오는 날의 한국도 보고 싶다.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공연 직후 소셜 미디어에도 "처음으로 온 서울은 최고의 날이었다. 다시 빨리 가고 싶다"며 진심을 남겼다. 음악과 혼연일체가 된 그녀의 세계 안에서,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온전한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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