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26일 日서 K-팝 '슈퍼 위크엔드' 형성
닛산 스타디움·국립경기장·도쿄돔 日 수도권 3대 공연장 나란히 점령
"日 K-팝 신, 모든 세대가 현재형 IP로 동시 작동하는 시장"
"이제 日 음악시장서 K-팝의 영향력은 필수 불가결"
2세대 '동방신기', 3세대 '트와이스', 4세대 '에스파'가 25~26일 양일간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 국립경기장, 도쿄돔을 각각 점령하며 전대미문의 '슈퍼 위크엔드'를 완성했다. K-팝 대표 밴드 '데이식스'는 같은 기간 도쿄 게이오 아레나 무대에 올랐다. 이틀 동안 일본 심장부에 모인 K팝 팬만 단순 산술적으로 40만 명에 달한다. 2001년 '아시아의 별' 보아(BoA)가 일본에 데뷔한 이래, 약 25년에 걸쳐 축적된 K팝의 시간이 일본이라는 공간에서 세대를 초월한 거대한 풍경으로 피어났다.
닛산 스타디움은 최대 7만5000명 수용 가능한 일본 초대형 공연장이다. 특히 동방신기는 2013년 해외 아티스트 최초로 닛산 스타디움에 입성한 데 이어, 2018년 일본 공연 역사상 처음으로 3일 공연 펼쳤다. 이번에 세 번째 닛산 스타디움에 입성했는데 해외 아티스트로는 첫 기록이다. 동방신기는 작년 일본 데뷔 20주년 기념 전국 라이브 투어로 해외 아티스트 사상 '도쿄돔 및 전국 돔 최다 공연' 기록도 자체 경신했다. 이번 닛산 스타디움 관객 13만명을 포함해 지난 2006년부터 동방신기가 일본 단독 투어 총 265회 공연을 통해 기록한 누적 관객 수는 631만1000명에 달한다.
그간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일본 팀은 톱가수들이다. 비즈(B'z), 우버월드, 킹누, 후지이 가제(후지이 카제), 원오크록 등이다. 동방신기 외에 '트와이스', '세븐틴' 같은 K-팝 그룹들이 한 번씩 입성했다. 특히 동방신기의 이번 입성은 29일 쇼와의 날을 포함한 '골든 위크'를 앞둔, 대관 경쟁률이 높은 주말에 해당 공연장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이번 황금 주말의 가장 극적인 장면은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연출됐다. 트와이스가 입성한 도쿄 국립경기장(회당 최대 8만 명 수용 가능한 규모로 트와이스는 28일까지 총 3차례 공연)과 에스파가 무대에 오른 도쿄돔(에스파는 이번에 양일 9만4000명 동원)의 물리적 거리는 불과 5㎞ 남짓이다.
도심 곳곳에서 두 팀의 팬덤인 '원스'와 '마이'가 도심 곳곳에서 교차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동 동선이 겹치는 소부선 전철 안에서는 에스파와 트와이스 팬들이 나란히 서서 각자의 공연장으로 향하는 진귀한 광경이 목격됐다. 동선이 맞물리는 신주쿠의 편의점과 음식점 등지에서는 각기 다른 그룹의 사진과 응원봉을 든 팬들이 서로 교류하며 축제의 열기를 나눴다. 현지 소셜 미디어에는 "여기가 한국인가" 등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일본에서 한국 가수들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1980년대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현지에서 입지를 굳힌 '가왕' 조용필을 비롯해 계은숙, 김연자 등이 1980년대 현지 최고 권위의 가요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 등에 출연했다.
그러다 한국 대중음악의 밀레니엄은 보아와 함께 왔다. 2000년 한국에서 데뷔한 보아는 이듬해 5월 일본 첫 싱글 '아이디; 피스 비'(ID; Peace B)로 현지에 데뷔했다. 한류 K-팝의 시동이었다.
2002년 보아는 첫 정규 앨범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로 한국가수 처음 일본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아시아의 별'로 통하며 명실상부 '한류스타의 원조'가 됐다.
3-세대 K팝 그룹부턴 일본에서 동방신기에 이어 국민그룹 반열에 오르는 팀들이 대거 등장했다. 대표적인 그룹이 트와이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다. 이들은 팀 못지 않게 멤버들 각자에 대한 충성도도 현지에서 높다.
엠넷 '프로듀스 48'을 통해 결성된 한일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도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아이브'(안유진·장원영) '르세라핌'(김채원·사쿠라) 등 이 팀 출신 멤버들이 속한 4세대 K팝 걸그룹도 현지에서 위상이 남다르다. 두 팀 역시 도쿄돔에 입성했다. '뉴진스' 역시 도쿄돔에서 공연했다. 에스파를 포함해 4세대 K-팝 대표 걸그룹들이 모두 도쿄돔에서 공연한 셈이다.
K-팝 가수들의 매머드급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일본의 탄탄한 라이브 시장 인프라와 K-팝의 압도적인 장악력이 자리한다.
일본 콘서트 프로모터스 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일본 라이브 공연의 총 동원 인원은 약 5940만 명, 총 매출액은 6122억 엔(약 5조6743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 아티스트 공연 동원 인원(926만9000명) 중 한국 아티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2.4%(578만6000명)에 달했다. 작년과 올해 초 K-팝 아티스트들의 현지 공연이 더 활발해진 것을 감안하면, 한국 아티스트의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방탄소년단이 이미 지난 17~18일 도쿄돔에서 월드투어 '아리랑'을 열었고, 2세대 대표 한류 그룹 '2PM'이 오는 5월 9~10일 도쿄돔에서 현지 데뷔 15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를 여는 등 다수의 K-팝 콘서트가 예정됐다.
황선혜 일본 조사이국제대 미디어학부 교수(전(前)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 "4월 신학기와 골든위크가 이어져 공연 관람 수요가 높아지는 시기에, 세계 2위 음악시장과 촘촘한 인프라를 갖춘 일본은 대형 K팝 공연이 집중되기 좋은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번 K팝 슈퍼 위크엔드가 지니는 본질적인 가치는 세대와 시간을 관통하는 연속성에 있다.
김동우 SM엔터테인먼트 재팬 대표는 "일본 시장의 본질은 한 번 팬이 되면 끝까지 지지해 주는 문화에 있다"며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세대 간의 유전이다. 과거 엄마가 욘사마 때문에 한국 방송을 보다가 딸이 K-팝을 좋아하게 된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 역시 이 지점에 주목했다.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대중음악 평론가)는 "일본의 K-팝은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교체되는 시장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현재형 IP로 동시 작동하는 시장"이라며 이번 주말을 K팝 비즈니스가 작동하는 굳건한 기반으로 해석했다.
'들어볼래? J-팝(J-POP)!' 저자인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는 "근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세대를 바꿔가며 이 정도의 콘텐츠 파워를 이어왔다는 점이야말로 가장 큰 의미"라고 짚었고,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한대음 선정위원)는 "상징적인 장소들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일본 내 인기가 여전히 안정적이고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김윤미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는 "동방신기, 에스파, 트와이스 등 세대도 다르고 소속도 다른 K-팝 대표 그룹들이 같은 시기에 일본 초대형 공연장을 동시에 채운다는 것은 K-팝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면서 "2~4세대 K-팝 그룹들이 각기 다른 상징성을 지닌 공연장에서 이틀간 약 40만명의 관객을 모은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내 K-팝이 거대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일본이 여전히 K-팝의 핵심 시장임을 방증한다"고 톺아봤다.
다음은 음악 전문가들이 분석한 K-팝 그룹들이 일본 대형 공연장에서 나란히 공연하는 것에 대한 의미
◆김윤미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
동방신기, 트와이스, 에스파 등 세대도 다르고 소속도 다른 K-팝 대표 그룹들이 같은 시기에 일본 초대형 공연장을 동시에 채운다는 것은 K-팝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2~4세대 K-팝 그룹들이 각기 다른 상징성을 지닌 공연장에서 이틀간 약 42만명의 관객을 모은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내 K-팝이 거대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일본이 여전히 K-팝의 핵심 시장임을 방증한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겸 글로벌 K-센터장(한대음 선정위원)
일본에서 아레나급, 돔급 공연장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의미와 더불어 일본 내에서의 인기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K-팝 그룹이 이러한 상징적인 장소들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K-팝의 일본 내 인기가 여전히 안정적이고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뜻한다.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대중음악 평론가)
같은 주말에 2세대 동방신기, 3세대 트와이스, 4세대 에스파가 일본 3티어 공연장에 동시에 섰다. 일본의 K-팝은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교체되는 시장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현재형 IP로 동시 작동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번 주말은 이런 관점으로 봐야 한다. 이벤트가 아니라 K-팝의 IP 비즈니스가 작동하는 기반으로 말이다. 트와이스의 국립경기장 공연은 '대형 공연장 진출'과는 다른 맥락이다. 닛산 보다 더 클 뿐 아니라 상징적인 장소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앞서 언급한 공연장들은 일본의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도 쉽게 서지 못하는, 5만 석 이상의 수용력을 지닌 장소들이다. 이런 무대에 한국 가수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일본 음악시장에서 K-팝의 영향력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을 감지할 수 있다. 2000년대 '한류' 시대를 주도한 동방신기, 2010년대에 데뷔한 트와이스, 그리고 2020년대를 이끄는 에스파까지. 근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세대를 바꿔가며 이 정도의 콘텐츠 파워를 이어왔다는 점이야말로 지금의 상황이 지닌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황선혜 일본 조사이국제대 미디어학부 교수(전(前)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
4~5월에 K-팝 라이브가 집중되는 배경에는 일본의 계절적 소비 흐름이 있다. 일본은 4월에 신학기와 신생활이 시작되고,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골든위크(황금 연휴)가 이어져 공연 관람 수요가 높아지는 시기다. 여기에 한국 아티스트들이 1~3월 컴백 후 4월부터 본격적인 월드투어·아시아투어에 나서는 흐름이 맞물린다. 세계 2위 음악시장과 안정적인 공연 인프라를 갖춘 일본은 대형 K-팝 공연이 집중되기 좋은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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