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에스파, '황금주말' 닛산·도쿄돔 동시 장악…SM 'K-팝 日 한류' 25년 증명

기사등록 2026/04/27 04:00:00

[SM 위크엔드⑤]

2세대 동방신기·4세대 에스파, 각각 닛산·도쿄돔 세 번째 입성

주말 이틀 간 두 공연장에 22만4000명 운집

보아, 2001년 日 진출…SM 日 K-팝 한류 25주년

[요코하마=뉴시스] 동방신기가 지난 25~26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동방신기 20th 애니버서리 라이브 인 닛산 스타디움 ~레드 오션~'(東⽅神起 20th Anniversary LIVE IN NISSAN STADIUM ~RED OCEAN~)'을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요코하마·도쿄=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 위크'를 앞둔 4월의 마지막 주말. 현지 대중음악 산업의 심장부로 불리는 두 거대한 공간이 K-팝 아티스트들의 무대로 동시에 채워졌다. 지난 25~26일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과 도쿄돔에서 나란히 투어 피날레를 장식한 그룹 '동방신기'와 '에스파(aespa)'가 그 주인공들이다.

'쇼와의 날'(29일)을 낀 이 황금 주말은 일 년 중 대관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다. 7만명 안팎을 수용하는 닛산 스타디움과 5만명 규모의 도쿄돔을 같은 기획사 아티스트가 나란히 점령한 이른바 'SM 위크엔드(SM weekend)'는 단발성의 돌풍이 아니다. 이는 2001년 보아(BoA)의 일본 데뷔 이후 25년간 현지 시장과 밀착해 온 SM엔터테인먼트의 인프라와 굳건한 입지를 상징하는 결정적 장면이다. 동방신기(13만명)와 에스파(9만4000명)가 이번 황금 주말에 공연장에 불러온 팬들의 숫자를 합하면 22만4000명에 달한다.

◆기획을 실체로 만든 '노동'…동방신기의 전력 질주·에스파의 라이브

이번 두 무대는 K-팝 시스템이 현지에서 어떻게 대체 불가능한 실재(實在)로 자리 잡았는지 묵묵히 보여줬다. 그 중심에는 수사 뒤에 숨지 않고, 무대 위에서 기꺼이 육체를 소진하는 아티스트들의 정직한 땀방울이 있었다.

일본 데뷔 20주년(2025년·올해는 일본 데뷔 21주년)을 맞아 해외 아티스트 최초로 닛산 스타디움에 세 번째 입성한 동방신기는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31곡을 소화했다. 40대에 접어든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이 광활한 무대를 끝에서 끝까지 내달리며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은, 오랜 시간 자신들을 지지해 준 타인을 향한 가장 성실하고 윤리적인 응답이었다.

도쿄돔에서 만난 4세대 에스파 역시 마찬가지다. 2년 연속, 통산 세 번째 도쿄돔 무대에 오른 이들은 아바타와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4인조 라이브 밴드의 묵직한 연주로 돌파했다. 이들이 내세운 '쇠맛'이라는 관념은 무대 위를 뛰고 구르는 멤버들의 치열한 노동을 통과하며 17만 명(교세라돔 포함 일본 돔 투어 누적)의 관객을 열광시키는 물리적 에너지로 치환됐다.
[도쿄=뉴시스] 에스파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대 유전과 팬덤 다변화…식지 않는 SM 생태계

오랜 시간 공들여 구축한 토대는 팬덤 지형도의 진화로 이어졌다. 특정 세대나 성별에 국한됐던 과거의 팬덤과 달리, 현재 SM 아티스트들의 공연장에서는 세대를 초월한 문화적 유전이 관찰된다.

동방신기의 닛산 스타디움 객석에는 60대 어머니와 20대 딸이 나란히 붉은 응원봉을 흔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같이 공연장을 찾은 어머니 히로미(60) 씨의 영향으로 동방신기 팬이 됐다는 마시로(25) 씨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겸손함에 반했다"고 말했다. 반면 에스파의 도쿄돔 공연장은 최근 대거 유입된 젊은 남성 팬들의 함성으로 진동했다. 남성 대학생 유이토(22) 씨는 "에스파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양한 영상과 커뮤니티 글을 통해 인간다운 매력을 접하면서 팬이 됐다"고 말했다.

김동우 SM엔터테인먼트 재팬 대표는 "일본 시장의 본질은 한 번 팬이 되면 끝까지 지지해 주는 문화에 있다. 과거 '욘사마' 시대부터 시작된 관심이 세대 간 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에스파만 봐도 여성 팬 중심에서 젊은 남성 팬들이 대거 유입되며 성비가 5대5까지 오가고 있다.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며 황금 연휴 주말의 스타디움과 돔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저력"이라고 설명했다.

◆보아에서 하투하까지…K팝 일본 진출의 역사

대중음악 전문가들 역시 이번 주말의 성과를 K-팝 산업의 구조적 승리로 평가했다. 2001년 보아의 '아이디; 피스 비(ID; Peace B)'로 쏘아 올린 SM의 현지화 전략은 2세대 동방신기의 밑바닥부터 다진 성장 서사로 폭발했고, 소녀시대와 샤이니를 거쳐 4세대 에스파의 정제된 아이덴티티로 진화했다. 이 흐름은 최근 5세대인 '엔시티 위시(NCT WISH)'와 '하츠투하츠(하투하)'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김윤미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는 "1990년대 말부터 시도된 SM의 진출은 보아와 동방신기를 통해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하며 개척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대중음악 평론가)는 "25년 전 K-팝의 일본 진출 표준을 만든 SM은, 동방신기가 문화적 유산을 남기고 에스파가 Z세대의 감각으로 진출 공식을 새롭게 쓰며 자기 기록을 경신 중"이라고 분석했다.
[요코하마=뉴시스] 동방신기가 지난 25~26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동방신기 20th 애니버서리 라이브 인 닛산 스타디움 ~레드 오션~'(東⽅神起 20th Anniversary LIVE IN NISSAN STADIUM ~RED OCEAN~)'을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한대음 선정위원)는 "SM 소속이라는 확고한 브랜딩이 주는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짚었고, 저서 '들어볼래? J-팝(J-POP)!'을 펴낸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는 "보아의 현지화가 글로벌 히트의 시작점이라면, 동방신기의 성실함과 에스파의 세련된 감각은 일본 팬들에게 오랜 세월을 함께 걷는 동반자의 궤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봤다. '한류 전문가' 황선혜 일본 조사이국제대 교수(전(前)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는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소비 문화를 확장하고 콘셉트의 중요성을 보여준 선구적 존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분석한 SM의 일본 진출 역사와 위상

◆김윤미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

1990년대 말, S.E.S에서부터 시도된 SM의 일본 진출은 시행착오를 거쳐 2000년대 이후 보아를 통해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는 '동방신기'로 이어지며 SM은 K-팝 일본 시장 개척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소녀시대, 샤이니 등은 이전과는 다른 전략으로 또 다른 성공모델을 만들어갔다.
[도쿄=뉴시스] 에스파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대중음악 평론가)

2001년 보아, 2005년 동방신기. 25년 전부터 K-팝의 일본 진출 표준을 만들었다. 특히 음악을 무기로 일본 시장에 진입했다는 걸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일본 진출의 물꼬를 튼 것 자체가 SM의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난공불락이라 여겨지던 오리콘 차트 정상에 보아라는 이름이 새겨진 순간, K-팝의 가능성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에이벡스와의 제휴를 통한 현지화 전략 자체가 지금의 K-팝이 누리는 글로벌 히트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다.

◆황선혜 일본 조사이국제대 미디어학부 교수(전(前)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

SM은 K-팝의 일본 진출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온 기획사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음악 소비 문화를 확장했고, 콘셉트와 전략이 글로벌 진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선구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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