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안 맞아" 한전·한수원 원전 수출 집안싸움…개편 '초읽기'

기사등록 2026/04/22 11:04:29 최종수정 2026/04/22 12:28:24

현재 수출 기능 국가별로 분리…경쟁 과열에 갈등

바라카 분쟁에 "정부가 해결했어야…책임감 느껴"

이원화 유지·일원화·제3기관 설립 등 개편안 거론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 미정…관계기관 협의할 것"

한국전력공사 본사(왼쪽)와 한국수력원자력공사 본사 전경.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간의 원전 수출 거버넌스 개편 작업이 조만간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두 기업 간 갈등을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던 만큼, 혼란을 줄이고 수출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는 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한전과 한수원의 원전 수출 거버넌스 재정립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한전과 한수원은 수출 거버넌스는 이원화 돼있는 상황이다.

2016년 이전에는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전이 원전 수출을 도맡아왔지만 현재는 한전이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19개국을 담당하고 한수원은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필리핀 등 32개국을 맡고 있다.

한국형 원전을 사용할 수 있는 국가들은 한전이 담당하고, 설계 변경이 필요한 국가들의 경우 한수원이 맡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사의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역 구분이 무너지고 상호 불신이 커지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관련 추가 공사비 정산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한전은 2009년 약 20조원에 달하는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이후 4개 호기 원전이 모두 상업 운전을 개시하면서 프로젝트는 마무리 단계인 정산 과정에 돌입했다.

주계약자인 한전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원전 건설과 같은 주요 업무는 한수원이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원전 건설 과정에서 계획보다 사업비가 수조원가량 증액됐다는 점이다.

결국 양사는 약 1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 정산을 두고 갈등을 벌이다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당장 법무 비용 부담뿐 아니라, 국내 공기업 두 곳이 해외까지 가서 '집안싸움'을 벌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산업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해결해야 할 이슈였는데 한전과 한수원이 그렇게까지 간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LCIA에 신청한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2.04. kkssmm99@newsis.com

원전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해서는 크게 3가지 안이 거론된다.

우선 한전과 한수원으로 나뉜 수출 기능을 유지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안이다.

한전은 금융 조달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형 원전 플랜트 단위의 신규원전 수출을 전담하고, 한수원은 설계·조달·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운영·정비 등 요소 기술 분야에 대한 수출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한전 또는 한수원 중 한 기관이 원전 수출 컨트롤 타워가 되는 단일 창구 모델도 있다.

과거 2016년 이전처럼 한전이 사업 총괄을 맡고 한수원이 기술 지원을 하거나, 한수원을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는 해외 발주처와의 협상에서 혼선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이해관계 충돌을 사전에 조정해 수주 활동에서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한전과 한수원의 수출 관련 기능을 분리해내 제3의 원전 수출 전담 기관을 신설하는 방식도 있다.

다만 프랑스의 사례를 봤을 때 전담 기관 신설에도 위험이 따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프랑스는 원전 수출을 위해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별개의 조직인 아레바(AREVA)를 설립했다. 하지만 원전 건설 일정 관리와 비용 통제에서 실패해 2014년 이후 원전 사업을 EDF에 다시 매각하게 됐다.

산업부는 당초 올해 1분기 내 결론을 도출한다는 방침이었으나, 2분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한전-한수원의 원전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며 "최종 방안은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전 측은 "정부에서 수출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게 되면, 한전은 향후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종=뉴시스]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2025.11.18.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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