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무용 천재' 크리스탈 파이트 첫 내한…'어셈블리 홀' 6월 공연

기사등록 2026/04/21 11:56:06

크리스탈 파이트 & 조너선 영의 '어셈블리 홀'

6월 5~7일, LG아트센터 서울 무대

크리스탈 파이트의 '어셈블리 홀(Assembly Hall)' 포스터. (이미지=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21세기 무용 천재'로 불리는 캐나다 출신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가 오는 6월 자신이 이끄는 '키드 피봇(Kidd Pivot)'과 함께 첫 내한한다.

LG아트센터는 2026년 기획공연(CoMPAS 26)으로 크리스탈 파이트의 '어셈블리 홀(Assembly Hall)'을 오는 6월 5~7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

영국 올리비에상을 다섯 차례 수상한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는 "무용계의 최첨단"(영국 텔레그래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동시대 무용계를 대표하는 안무가로 명성을 알려왔다.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의 협력 안무가로 활동해 온 파이트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사계의 캐논'으로 2017년 '무용계 아카데미상'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안무가상을 수상했다.

이번 내한작 '어셈블리 홀'은 지난해 올리비에상 최우수 무용작품상을 수상한 최신작으로, 파이트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뉴시스]캐나다 출신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캐나다 출신 극작가이자 배우인 조너선 영과 함께 네 번째 협업해 만든 이 작품은 연극적 언어와 신체 움직임을 결합한 키드 피봇만의 독창적 형식을 보여준다.

인간의 극한적 슬픔과 트라우마를 다룬 '베트로펜하이트(2015)'를 시작으로, 정치적 긴장과 권력 구조를 포착한 '더 스테이트먼트(2016)', 감시와 부패, 체제를 풍자한 '검찰관(2019)'까지 이어온 두 사람의 협업은 단순히 대사에 맞춰 춤을 추는 수준을 넘어, '언어의 안무화'라는 독자적인 형식을 만들어냈다. 녹음된 대사의 음절과 억양은 물론, 화자의 숨소리와 망설임까지 온몸으로 구현하는 이 형식에서, 대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하나의 리듬으로 작동한다. '어셈블리 홀'에서도 대사를 음악처럼 사용하고, 내러티브를 무용수의 몸에 입히는 방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어셈블리 홀'은 거대한 권력 구조가 아닌, 우리가 일상적으로 속해 있는 작고 가까운 공동체에 주목한다. 공연의 제목이자 배경인 ‘어셈블리 홀(Assembly Hall)’은 북미 지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마을회관을 의미한다. 캐나다 출신인 크리스탈 파이트에게 이곳은 어린 시절 학예회와 동호회 모임, 친선 경기가 열리던 향수 어린 공간이자, 평범한 이웃들의 삶이 교차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장소다.

[서울=뉴시스] '어셈블리 홀' 공연 장면. (사진=LG아트센터 제공)
무대 위에는 낮은 단상과 붉은 커튼, 높은 벽에 걸린 농구 골대 등 전형적인 마을 회관의 풍경이 펼쳐진다. 오랜 세월 중세 재현 축제를 열어온 '자애와 보호의 기사단', 즉 '중세 오타쿠 클럽'은 이곳 '어셈블리 홀'에서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점점 줄어드는 회원 수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재정 적자 속에서, 클럽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해체의 절망이 드리운 순간, 고대의 힘이 깨어나고, 이 평범한 공간은 비현실적 사건의 무대로 전환된다. 특히 극 후반부, 흩어져 있던 움직임과 소품들이 하나로 결합되어(Assembly) 거대한 기사(Knight)의 형상을 완성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작품은 암담한 현실과 재현된 중세가 충돌하는 기묘한 풍경을 통해 오늘날 공동체의 의미를 되묻는다.

공연은 약 90분간 휴식 없이 진행되며, 12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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