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 매끈한 가짜보다 기꺼이 깨어지는 진짜…파열음 미학 '레드레드'

기사등록 2026/04/20 17:09:02

오늘 미니 2집 '그린그린' 타이틀곡 '레드레드' 선공개 발매

5월4일 미니 2집 발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그룹 코르티스가 20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미니 2집 '그린그린'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레드레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04.2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무엇이 될 것인가를 묻기 전에, 무엇이 되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결단하는 일. 그것은 범람하는 콘셉트 속에서 K-팝 그룹의 자아를 확립하는 가장 단호하고도 명증한 방식이다.

하이브(HYBE) 레이블 빅히트 뮤직 보이그룹 '코르티스(Cortis)'가 20일 미리 발표한 미니 2집 '그린그린(GreenGreen)' 타이틀곡 '레드레드(REDRED)'는 이른바 '소거법'을 통해 자신들만의 붉고 뜨거운 정체성을 벼려낸 결과물이다.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코르티스 멤버들은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 기조로 '거부'와 '지움'을 꼽았다.

건호는 이번 앨범에 대해 "코르티스가 싫어하고 경계하는 것을 지우고, 진심을 다해 좋아하고 지향하는 것들로 채운 앨범"이라고 정의했다. 제임스 역시 "작업할 때 먼저 '우리답지 않은 거', '하고 싶지 않은 거'를 생각해 보고 하나씩 지워봤다"며 "그러다 보니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말, 추구하는 게 뭔지 더 알게 되더라"고 짚었다. 장르의 관습과 타인의 시선을 덜어내며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발굴해 낸 셈이다.

불순물을 소거한 자리에 남은 것은 K-팝 특유의 매끈하게 가공된 조각상이 아니었다. 도리어 결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거친 원목에 가까웠다. 코르티스는 이 '날 것'의 질감을 시각과 청각 모두에 대담하게 이식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그룹 코르티스가 20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미니 2집 '그린그린'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레드레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04.20. xconfind@newsis.com
특히 아이돌 그룹의 쇼케이스에서는 이례적으로 곡의 '믹싱(Mixing)' 단계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코르티스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팝 사운드 대신, 의도적인 파열음을 선택했다.

제임스는 "믹싱을 들으며 '이렇게까지 깨져도 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크고 작은 스피커 상관없이 의도된 러프함(roughness)이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프로듀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마틴은 "평소 프로듀서님들과 '앨범에 좀 그런지(grungy)하고 러프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원래 팝스러운 버전도 있었지만, 가장 러프한 버전을 모두가 만장일치로 타이틀로 정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청각적 거칠음은 시각적 솔직함으로 직결된다. 화려한 세트장 대신 한국의 오래된 노포 식당과 길마중교 등 일상적인 거리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앨범 재킷 역시 메이크업을 최소화한 채 카메라 앞에 섰다.

제임스는 "말로만 솔직하지 않고, 피부 결이나 다크서클이 드러나도 상관없으니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자 제안했다"고 말했다. 주훈은 "영국의 날 것 느낌이 한국의 오래된 노포나 동네랑 연관성이 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포장지를 벗어던진 이들의 결단은 동시대 K-팝 그룹들과 코르티스를 구분 짓는 가장 강력한 브랜딩 차별점이 됐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그룹 코르티스가 20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미니 2집 '그린그린'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레드레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04.20. xconfind@newsis.com
이 모든 과정은 코르티스가 단순히 기획사의 콘셉트를 수행하는 플레이어를 넘어, 주체적인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로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데뷔 앨범에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송 캠프를 통해 작업된 이번 앨범에서 마틴은 6곡 모두 송라이터로 참여하고 3곡을 직접 프로듀싱했다.

마틴은 "많은 무대와 경험들을 쌓아가며 영감을 얻었고, 다양한 연구와 시도, 실험을 하면서 사운드를 개척해 나갔다"고 성장을 자신했다.

스스로를 깎아내고 비워낸 끝에 가장 '코르티스다운' 얼굴을 찾아낸 이들의 진심은 이미 시장을 움직였다. 미니 2집 '그린그린'은 발매 전 선주문량 200만 장을 돌파했다. 하지만 숫자는 이들이 도달한 결과의 일부일 뿐이다.

"지금 가는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연구하며 더 이상의 것을 끌어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주훈의 말처럼, 정답을 더하기보다 오답을 지워가며 자신들의 영토를 넓혀가는 코르티스의 미학은 이제 막 1절을 지났을 뿐이다. '그린그린'은 오는 5월4일 정식 발매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