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사장님, 실상은 을중의 을"…이젠 어깨 펴나[소상공인 단결권①]

기사등록 2026/04/18 13:01:00 최종수정 2026/04/18 13:07:36

"소상공인 단체교섭 필요" 대통령 발언에 업계 반색

법 개정시 일방적 구조 개선 가능성에 점주들 기대감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4.1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권혁진 강은정 기자 = 소상공인에게 최소한의 교섭과 단결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업계가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사장님'으로 불리지만 실질적으로는 거대 플랫폼과 가맹본부 등의 일방적인 지시에 숨죽일 수 밖에 없었던 소상공인들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입점 업체가 대다수인 외식업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수도 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김승일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부 차장은 18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제 협상권이 주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라면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고, 협상도 가능한 단체로서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소상공인 단체교섭 필요성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10일이다. 취임 후 처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간담회를 진행한 이 대통령은 "소상공인들에게도 집단 교섭을 허용하고 최소한 단결권은 허용해야 된다. 사안별로 납품 업체 또는 체인점·지점끼리 집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의하면 이같은 행위는 단합으로 간주돼 처벌 받을 수 있다.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리거나 가맹본부가 의견 수렴 없이 소모품 구매를 강제하는 등의 갑질을 단행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점주들이 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택배대리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업계의 주요 이슈가 수수료 또는 휴일 배송인데 지금은 대리점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없어도 된다.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따라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씨는 본사가 일요일 배송을 시작하면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실상 휴일없이 일하고 있다. 위탁 대리점 형태로 운영되는 구조는 김씨를 '을 중의 을'로 만들었다. 불만은 많지만 재계약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속으로만 삭히는 중이다.

김씨는 "교섭권이 도입된다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대리점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충분히 들어주진 않겠지만 그래도 반영을 하려는 노력이라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가맹 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오는 12월31일부터 점주들이 본부와 단체 교섭에 임할 수 있는 길이 일부 열렸지만, 배달 플랫폼이나 일반 대리점 입점 업체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20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지금까진 본사에서 '이거 할래, 말래'라는 식으로 일이 진행됐다면 (교섭이 가능해질 경우) 점주들이 '이건 이렇게 해보자'는 방식으로의 협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단결권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한 문제는 역시 법 개정이다. 단합이라는 이유로 소상공인들의 교섭을 보장하지 않은 공정거래법부터 우선 손을 봐야한다. 공정거래법 제40조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가격을 결정·변경하거나 영업의 주요 부문을 공동으로 수행·관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공정거래법이 여러 사람이 모여서 뭔가 하는 것을 막아뒀기에 그동안 소상공인들의 주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단체에 위임해 갈등을 일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자는 것이 (이번 논의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연내 단체교섭권 대상 확대 등 소상공인들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차 본부장은 "개정 이후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시행령에 반영할지, 단체 교섭권은 어디에게 줄지 등 방법론을 정하기 위해 소상공인계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eunduc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