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후보부터 제조까지…제약·바이오 '판' 흔드는 AI

기사등록 2026/04/19 07:01:00 최종수정 2026/04/19 07:34:24

물질 설계 넘어 '신약 전주기 성공' 좌우

'임상시험 설계·환자모집·제조'까지 확산

[서울=뉴시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단순한 보조도구 역할을 넘어, 후보물질 설계부터 임상시험 최적화, 정밀 제조에 이르는 신약 개발 전주기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사진=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단순한 보조도구 역할을 넘어, 후보물질 설계부터 임상시험 최적화, 정밀 제조에 이르는 신약 개발 전주기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19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발표한 'BRIC View 2026'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의 전방위적 도입은 신약 개발 기간을 평균 40~60% 단축하고 비용을 최대 70%까지 절감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생성형 AI 신약 개발 시장은 2024년 약 2억5000만 달러 규모에서 2034년 28억 달러 규모로 가파른 성장이 예견된다. AI 기술 도입 여부가 제약사의 미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신약 개발 과정 중 가장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임상시험' 단계에선 '데이터 인텔리전스'의 역할이 중요하게 거론된다.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보유한 데이터를 자동화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는 접근이다.

이 영역 대표주자인 메디데이터는 3만8000건 이상의 임상시험 데이터와 1200만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를 학습한 AI 인프라를 통해 임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의 '제약바이오 산업에서의 AI 활용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메디데이터 AI 솔루션은 실제 임상 데이터(RWD)를 정밀 분석해 임상적 유효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대리 평가변수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신약의 가속 승인을 이끌어내고 개발 기간 1년 단축, 약 115억원 절감이라는 성과가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는 임상시험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자 모집 및 유지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디데이터의 AI 기반 '프로토콜 옵티마이제이션' 솔루션을 도입했다. 길리어드는 AI를 활용해 임상시험 평가 일정(SoA)을 업계 표준 데이터와 정밀하게 비교하고, 각 임상 활동이 환자의 신체적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환자에게 요구되는 불필요한 절차를 최소화한 프로토콜(시험계획서)을 설계할 수 있었다. 이는 환자 등록 속도의 향상과 중도 탈락 방지, 전체 운영비용 절감이란 효율화로 이어졌다.

AI는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 전인 '후보물질 설계' 단계에서도 속도 차이를 만들고 있다. 홍콩의 AI 신약 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은 자체 AI 플랫폼을 활용해 46일만에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설계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타깃 발굴부터 임상 1상 완료까지의 전 과정을 30개월 내 마친 것으로, 기존 방식 대비 개발 속도를 크게 앞당긴 사례로 평가받는다.

기술적 신뢰도는 상업적 성과로도 연결돼, 지난 3월 일라이 릴리와 약 4조원 규모의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제조 영역'에서도 AI와 디지털 전환의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제조 공정의 미세한 변동에도 품질이 좌우되기에 공정의 균일화와 정밀한 제어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100여개 생산 라인에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구축했다. 디지털 트윈은 단순히 현장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 전 공정을 AI 기반으로 연계해 공정 변동성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품질을 균일화한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AI 공장을 출범,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물리적 특성을 반영한 고정밀 시뮬레이션을 수행함으로써 실제 설비 가동 전 공정 설계와 효율을 최적화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AI는 신약 개발의 특정 단계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R&D 전 과정을 관통하는 핵심 인프라로 진화했다"며 "메디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임상 데이터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인실리코 메디슨처럼 설계 시간을 단축하며, 로슈 같이 버추얼 트윈으로 제조 공정을 안정화하는 전략은 이제 빅파마의 필수 생존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AI 기반 기술의 내재화 정도가 신약 개발의 성공률 뿐 아니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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