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협조국서 병력 빼고 친미 국가로 옮기는 구상…완전 탈퇴보단 낮은 수위
스페인·독일 불이익 가능성…폴란드·루마니아 등은 수혜국 거론
8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란 전쟁 당시 미국과 이스라엘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본 NATO 회원국들에서 미군을 빼고, 더 협조적이었던 국가들로 병력을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거론한 NATO 완전 탈퇴보다는 수위가 낮다. 다만 의회의 동의 없이는 미국의 NATO 탈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병력 재배치를 통해 사실상 동맹국들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방안은 최근 수주간 행정부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회람되며 지지를 얻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8일 “지난 6주 동안 NATO가 미국 국민에게 등을 돌린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그동안 NATO의 방위를 위해 비용을 대온 쪽은 미국 국민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8일 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필요할 때 NATO는 없었고, 다시 필요해져도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가 병력을 잃게 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스페인은 NATO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쓰겠다는 방침을 밝히지 않았고, 이란 작전에 투입된 미군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역시 고위 당국자들이 이란 전쟁을 비판해 백악관의 불만을 샀다. 이탈리아도 시칠리아 공군기지 사용을 한때 제한했고, 프랑스는 남부 기지 사용을 허용하면서도 이란 공습과 무관한 항공기만 착륙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았다.
반대로 미국의 요청에 적극 호응한 국가들은 수혜를 볼 가능성이 거론된다. 행정부 당국자들은 폴란드,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그리스 등을 거명했다. 이들 동유럽 국가는 NATO 내에서도 국방비 지출 비율이 높은 편이며, 호르무즈 해협 감시를 위한 국제 연합 구상에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지지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루마니아는 전쟁 발발 직후 미 공군의 자국 기지 사용 요청도 신속히 승인했다.
현재 유럽 전역에는 약 8만4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 병력은 중동을 포함한 미국의 전 세계 군사 작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이자, 동유럽에서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억지력으로도 기능해왔다. 따라서 이번 재배치 구상이 현실화하면 러시아 국경에 더 가까운 지역으로 미군이 이동해 모스크바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8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으나, 갈등의 실마리를 찾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럽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이 전쟁을 시작할 때 사전에 협의조차 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이탈리아와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이 두바이에 고립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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