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란전 수습 부담…또 트럼프 뒤치다꺼리하나

기사등록 2026/04/09 11:45:56

가자·우크라 이어 호르무즈 뒷감당 우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유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을 끝낸 뒤 수습 비용을 떠넘길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가자지구부터 우크라이나, 호르무즈 해협에 이르기까지 혼란을 야기해 놓고 정작 뒷감당은 유럽에 떠넘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향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외교관과 관계자 5명에 따르면 유럽은 이 같은 패턴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이미 전투가 중단되면 이 해역의 안전 확보를 돕겠다고 한 상태다.

특히 프랑스·독일·영국은 해협에서 선박 호위와 기뢰 제거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없던 통행료까지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오만과 함께 통행료를 부과하는 공동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유럽은 향후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높은 에너지 비용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소속 스페인 사회당의 나초 산체스 아모르 의원은 "이것은 반복되는 패턴"이라며 "가자에 대해서는 재건 비용을,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전쟁 비용을 사실상 단독으로 부담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호르무즈 해협 정리 비용까지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상호 존중에 기반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토로했다.
[스트라스부르=AP/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열린 유럽이사회 및 중동 정세 관련 공동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4.09.

유럽 정상들은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다음 과제인 호르무즈 재개방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프랑스 등 15개국이 해상 교통 재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만은 않다. 호주와 영국 등 비(非)EU 국가들이 해군을 분담하더라도 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987년~1988년 이란 공격에서 쿠웨이트 유조선을 보호하던 미국 주도의 '어니스트 윌 작전'은 수억 달러, 인플레이션까지 반영하면 10억 달러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휴전 발표 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휴전을 영구화하는 협의를 위해 중동으로 향했다.

스타머 총리는 걸프 지역 국가 정상들과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 회복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칼라스 고위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과 회담할 계획이다.

한편 유럽 정상들은 이달 말 키프로스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의에서 이란 전쟁 여파와 우크라이나 지원 재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 EU 외교관은 "유럽은 고전적인 의미의 강대국으로서 세계에 우리의 의지를 관철할 힘을 갖고 있지 않다"며 "협상과 지렛대를 활용해 상황을 관리하려 할 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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