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AI 관상가 양반…내 취업운 좀 봐주시게"[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04/09 05:03:00 최종수정 2026/04/09 05:50:24

AI 무당·관상 로봇, 종로·홍대 등 출현

7000원 운세부터 키오스크 타로까지

저렴한 가격·간편한 이용에 젊은층 발길

"재미는 충분, 신뢰는 글쎄" 엇갈린 후기

[서울=뉴시스]이지은, 유하영 인턴기자=서울 종로구 사주 카페에서 AI 로봇 관상가가 관상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다. 2026.04.07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이지은 인턴기자, 유하영 인턴기자 = "눈매의 맑은 기운과 섬세한 선에서 보여지는 것은 네가 인연이나 기회를 허투루 넘기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성정임을 의미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이색 카페.

안경을 착용한 인공지능(AI) 관상가가 기자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며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곳은 역술가 대신 로봇이 관상을 살피고 초상화까지 그려주는 인공지능 기반의 무속 테마 공간이다.

올해 2월 개업한 이 공간에는 'AI 무당' 부스와 관상 분석 로봇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용료는 AI 무당 서비스가 7000원, 관상 분석과 초상화 서비스는 8000원이다.

이용 방식은 직관적이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사랑, 재물, 건강, 학업, 직업 중 상담을 원하는 주제를 고르면 AI 무당이 질문을 건넨다. 수화기로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사주풀이와 함께 맞춤형 부적이 인쇄된 카드가 출력된다. 관상 분석의 경우 로봇의 눈을 응시하며 얼굴을 촬영하면, 로봇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상세한 관상 해석을 들려주는 식이다.

이곳 매니저 김강민(29)씨는 "주말에는 대기 줄이 생길 만큼 인기가 높다"며 "초기에는 주로 젊은 커플들이 찾았으나, 최근에는 부모님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까지 방문객의 연령과 국적이 매우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유하영, 이지은 인턴기자= 서울 종로구 AI 무속 공간에 설치된 AI 무당 '아미' 2026.04.07

이 같은 풍경은 최근 점술 콘텐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AI 기술과 결합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사주 분석용 AI 프롬프트가 공유되며 화제를 모으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오프라인 매장으로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국내 무속·점술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사주·운세·타로 등 점술 시장 규모는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이 8만원에 육박할 만큼 점술이 일회성 체험을 넘어 하나의 반복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의 무속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며 이른바 'K-무속' 열풍을 가속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종로를 넘어 서울 홍대 거리 등 주요 상권으로 번지고 있다. 사주·타로 카페가 밀집한 거리 곳곳에는 무인 AI 점술 기기가 등장했다. 이용자가 원하는 운세 항목을 선택하고 결제하면, AI가 타로 카드를 뽑아 해석 결과지를 즉석에서 출력해준다.

비용 측면의 이점도 크다. AI 기기 이용료는 3000원에서 5000원 사이로, 수만 원대에 달하는 대면 상담보다 훨씬 저렴하다. 낮은 가격 문턱 덕분에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셈이다.

친구와 함께 기기를 이용한 대학생 김지현(26)씨는 "평소에도 타로나 사주를 좋아하는데, 키오스크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며 "생각보다 몰입감 있고, 가격을 고려하면 가볍게 즐기기 좋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유하영, 이지은 인턴기자= 서울 홍대 입구 타로거리에 위치한 AI 무인 타로 기기. 2026.04.07.

타로점 앞에 무인 기기를 설치해 운영 중인 박금옥(40)씨는 "사람이 봐주는 타로보다 저렴하고 이용이 간편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며 "특히 언어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들은 오히려 키오스크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적 한계에 따른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다수 AI 기기가 이용자의 구체적인 고민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정해진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결과값을 도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 모(27)씨는 "재미 삼아 보기에는 적당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AI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전문적인 인간 상담사와 나누는 교감이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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