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신장암 경험자 건강클리닉' 개소
암 재발 감시 넘어 심혈관·만성질환까지
다학제 협진으로 '진료 사각지대' 메울 것
최근 뉴시스와 만난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신장암은 흔히 '침묵의 암'이라 불린다. 신장은 복강 뒤 깊숙한 곳에 위치해 종양이 커져도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용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옆구리 통증이나 혈뇨, 복부 종괴 등 이른바 '3대 증상'이 나타나 내원하면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다행히 최근에는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늘고 로봇 수술 등 정밀 치료가 발달하면서 5년 생존율이 9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면역함암제나 표적치료제가 나오면서 신장암 환자의 치료 예후가 획기적으로 좋아졌다"며 "조기발견이 늘면서 수술도 80~90% 이상은 부분절제로 진행하는데 암의 재발률에는 차이가 없으면서 전절제에 비해 효과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처럼 예후가 좋아진 만큼 암을 극복한 뒤 남은 수십 년 동안의 건강관리가 더 중요해 지고 있다. 이에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14일 국내 최초로 비뇨의학과와 가정의학과의 협진을 통해 암 재발부터 만성질환, 정신건강까지 아우르는 '신장암 경험자 건강클리닉'의 문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신현영 교수는 이번 클리닉 개소의 목표로 신장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신장암의 재발과 이차암 발생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등 만성질환 관리 등 평생 주치의 개념의 통합 의료서비스 제공을 꼽았다.
지난해 발표된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5년 이상 재발이 없는 신장암 생존자는 일반인보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신장암 생존자의 약 4분의 3이 암과 무관한 사유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신장암 장기 생존자에서는 약 13.7년 경과 후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신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넘어섰다. 그만큼 신장암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가 추후 예후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신 교수는 "초기에는 암 제거에 집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비만, 당뇨, 고혈압 같은 대사질환 관리가 장기 생존의 질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박용현 교수 역시 진료 현장에서 느꼈던 한계를 토로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은 5년이 지나 '완치' 소리를 듣는 순간 오히려 막막함을 느낀다"며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암 재발 여부를 살피는 데 집중하다 보면 환자의 골다공증이나 수면장애, 만성피로 같은 사각지대를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스마트 기술의 접목이다. 병원 전용 앱을 통해 환자가 평소 기록한 혈당, 체중, 걸음수 등의 데이터를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진료실에서 양방향 코칭을 제공한다. 신 교수는 이를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호흡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암 환자들은 갑자기 진료과를 옮기는 것에 대해 '나를 버렸나'라는 생각을 하거나 불안을 느낄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진료과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전문 매니저'를 한 명 더 붙여주는 협진 구조"라며 "사소한 재발 징후라도 포착되면 즉시 비뇨의학과로 연계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박용현 교수는 "이제 로봇 수술 기술은 상향 표준화됐다"며 "어디서 수술받느냐보다, 수술 후 누가 내 삶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100세 시대의 지혜"라고 당부했다.
신현영 교수도 암 경험자들이 일반인보다 더 세심하게 건강을 돌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암 주치의와 건강 주치의라는 든든한 두 조력자를 갖는 이 시스템이 암 경험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는 '메디컬 허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은 신장암 경험자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전립선암 등 각 암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클리닉을 단계적으로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병원은 암 치료 이후 환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건강 위험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지속적인 돌봄 모델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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