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미래본부장, 국제선명상대회로 대중화 선봉
"멈춤 넘어 통찰"…괴로움의 원인 묻고 '지혜' 찾아가는 수행
"AI가 길 정하면 자존심 상하죠"…AI시대 내면의 주체성 강조
"선명상, 가족과 사회가 행복해지기 위한 필수 영양소 되길"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아침부터 스마트폰을 붙잡고 쏟아지는 정보와 경쟁 속으로 들어가는 현대인에게 명상은 '잠시 멈춤'의 시간이 된다. 최근 유행하는 '멍때리기', 불멍, 물멍도 그런 욕구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대한불교조계종 미래본부장 일감 스님이 강조한 것은 멈춤에 머무르지 않는 '선명상'이다.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난 스님은 "명상이 괴로움 앞에서 잠시 멈춰 서는 과정이라면, 선명상은 한 걸음 더 들어가 '나는 왜 아픈가'를 묻는 수행"이라며 "괴로움이 다른 방향으로 변해가며 줄어드는 것, 그 지점에서 불교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명상과 선명상의 차이를 '멈춤'과 '통찰'로 설명했다. 불멍이나 물멍처럼 무엇인가에 집중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은 일반적인 명상의 단계이고, 선명상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수행이라는 것이다.
"불멍이나 물멍은 지금의 괴로움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게 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선명상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왜 내가 괴로운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지혜를 찾는 수행입니다."
일감 스님은 이별의 상황을 예로 들었다.
"연인과 헤어져 괴롭다면 우선 그 감정을 멈추고 바라보는 것이 명상입니다. 내가 지금 이 일 때문에 힘들구나, 하고 스스로 알아차리는 단계죠. 하지만 선명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왜 내가 이렇게 괴로운가'를 묻습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인연과 또 다른 삶의 가능성도 함께 보게 됩니다."
일감 스님은 "선(禪)은'고요히 생각한다'는 뜻으로, 좋고 싫음의 이분법을 넘어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 선적 사고"라며 "나의 주관적 입장을 내려놓고 보다 보편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보는 힘이 선명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일감 스님은 명상 수요의 확산 배경으로 현대인의 과잉 정보 환경을 꼽았다.
이어 "명상과 선명상은 결국 나를 돌아보고 자제력을 기르는 수행"이라며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잊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AI 시대일수록 내면의 주체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감 스님은 "AI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기술이지만, 삶의 방향까지 AI가 정해주는 대로 따라간다면 그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AI에게 맡길 것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힘, 결국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는 힘이 선명상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미래본부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국제선명상대회'를 열고 'AI 시대의 선명상'을 주제로 선명상 대중화에 나섰다. 행사에서는 AI가 개인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명상법을 제안하는 'AI 마음 처방전'도 선보였다.
조계종 미래본부는 한국 불교 수행 전통을 조명하는 자리도 이어간다.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담선대법회'를 열어 간화선을 중심으로 한국 불교의 수행 정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감 스님은 갈등이 깊어진 한국 사회를 향한 메시지도 전했다.
스님은 "갈등은 외부에서 오는 것 같지만 실은 내 안의 번뇌에서 시작된다”며 “분노와 집착보다 먼저 자기 성찰과 경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명상을 특별한 취미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가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필수 영양소처럼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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