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크먼 교수, IBS 콘퍼런스 기조강연…'오픈 사이언스'로 질병 정복 진두지휘
도파민 세포의 과부하가 파킨슨 비극의 시작…"기초과학이 극복 열쇠"
"파킨슨병은 그림조차 없는 거대 퍼즐…AI·오픈 사이언스로 하나씩 맞출 것"
셰크먼 교수는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개최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2026 IBS 콘퍼런스' 기조강연자로 나서 '기초과학을 통한 파킨슨병 해결'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파킨슨병의 발병 기제부터 치료법 발견이 어려운 이유,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최첨단 기초과학 연구의 흐름 등에 대해 소개했다.
◆"100만개 신경 말단 가진 도파민 세포…과부하가 치매 비극의 시작"
파킨슨병은 1817년 제임스 파킨슨에 의해 처음 학계에 보고된 이후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의 치료에 머물러 있다. 셰크먼 교수는 파킨슨병이 유독 정복하기 어려운 이유를 도파민성 신경세포의 '기형적인 복잡성'에서 찾았다.
일반적인 신경세포가 수십개의 신경 말단을 가진 것과 달리, 파킨슨병의 핵심 부위인 중뇌 흑질의 도파민 세포는 한 세포당 무려 100만개 이상의 신경 말단을 숲처럼 거느리고 있다.
셰크먼 교수는 "이 세포들은 24시간 내내 신호를 보내며 '풀 가동'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ATP·아데노신 삼인산)를 소모한다"며 "세포가 항상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환경 독소나 유전적 결함에 훨씬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셰크먼 교수에 따르면 파킨슨병의 직접적인 원인은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응집이다. 이 단백질이 뇌 속에 찌꺼기처럼 쌓여 '루이소체(Lewy bodies)'를 형성하고, 이것이 신경세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셰크먼 교수는 산업용 세척제로 쓰이는 TCE 등 환경 독소가 이러한 단백질 응집을 가속화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환경 규제의 중요성도 함께 역설했다.
◆"세포 내 쓰레기 차단하고 청소하는 기초과학 연구 가속화"
셰크먼 교수는 현재 기초과학계가 파킨슨병을 극복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세 가지 핵심 경로를 소개했다.
첫째는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감시 체계인 '미토파지(mitophagy)'다. 우리 몸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스스로 찾아내 폐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파킨슨병 환자들은 '핑크1(Pink1)'이나 '파킨(Parkin)' 유전자의 결함으로 이 청소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둘째는 'LRRK2' 유전자의 변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특정 유전자 변이가 세포 표면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일차 섬모' 생성을 방해해 신경세포 간 통신을 단절시킨다.
셰크먼 교수는 "현재 이 유전자의 과도한 활성을 억제해 통신망을 복구하는 약물의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기초과학이 어떻게 실제 치료제로 연결되는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운동 시 분비되는 펩타이드 호르몬인 '아이리신(irisin)'에 주목했다. 하버드 의대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아이리신은 뇌 속 독성 단백질 응집체를 제거하는 자가포식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격렬한 운동이 파킨슨병 진행을 늦춘다'는 임상적 경험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발견이다.
셰크먼 교수가 파킨슨병 연구에 헌신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아픔이 서려 있다. 그의 아내 낸시는 48세라는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후 치매와 합병증으로 고통받다 2013년 세상을 떠났다.
셰크먼 교수는 "아내의 투병 과정을 지켜보며 의학적 한계를 절감했고, 이것이 내가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이 질병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그는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후원을 받아 전 세계 파킨슨병 연구팀을 연결하는 'ASAP(Aligning Science Across Parkinson’s)'의 과학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ASAP는 모든 연구 데이터를 논문 발표 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오픈 사이언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협력 모델이 파킨슨병 정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셰크먼 교수는 "파킨슨병은 1000개의 조각으로 이뤄진, 그림조차 없는 크고 복잡한 퍼즐과 같다. 이러한 조각들을 맞춰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우리가 세포의 기본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게 될 때 이 끔찍한 질병의 진행을 마침내 멈출 수 있는 의미 있는 치료법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연구에 있어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을 두고는 “저희가 지원하는 다양한 팀들이 AI로 의학 자료들을 조사하고, 이미 알려진 화학물질들을 파킨슨병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탐구하고 있다. 아직 얼마나 성공적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방대한 문헌을 조사해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힌트를 찾는 데 활용 중”이라며 “대다수 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사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AI가 앞으로 모든 팀의 연구에 활용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셰크먼 교수는 세포 내부에서 단백질과 같은 물질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로 운반되도록 조절하는 '세포 내 물질(소낭) 운송 시스템'을 규명한 공로로 2013년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구는 세포가 어떻게 복잡한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는지 밝혀냄으로써 당뇨병, 면역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기제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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