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전문가·이란 전 외무장관, 양대 외교지 FA·FP 통해 논쟁
자리프 전 장관 “핵 능력·미사일·드론·대리 세력·호르무즈 위협 해결해야”
셀룸 교수 “이란 위협 통제·걸프국 안전 보장 없는 종전 합의 안돼”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카타르 ‘도하 국제정치 및 안보연구소’ 무하 나드 셀룸 조교수는 3일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FP) 기고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이 포린 어페어즈(FA)에 같은 날 기고한 이란 전쟁 종전 해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란 전쟁의 양측 당사국인 이란과 걸프 국가의 전직 고위 관리와 학자가 양대 외교 전문지인 미국외교협회 발행 FA와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이 펴내는 FP를 통해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며 논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자리프 전 장관은 FA 기고를 통해 전쟁이 길어지면 이란도 큰 피해를 입는 만큼 미국이 받아들일 만한 종전 조건을 제시하고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한 뒤 전쟁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전쟁이 5주를 넘기면서 이란혁명수비대(IRGC) 등이 미국과의 협상보다 항전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평화 제안’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셀룸 교수는 자리프 전 장관의 종전안은 미국과 이란간 현안에 대한 협상과 타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쟁 과정에서 불거진 이란의 위협, 실제적인 무력행사를 도외시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란의 위협을 어떻게 막을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리프 전 장관이 제시한 전쟁 종식 조건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걸프 국가들에 대한 내용이 제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간 종전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제한, 호르무즈 해협 해상 통행권 확보 등을 댓가로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 등이다.
자리프 장관은 자국 핵의 3.67% 이하 농축, 국제원자력기구(IEA) 추가 의정서 비준, 모든 농축 핵물질 다자간 컨소시엄 이전, 미국과의 불가침 조약 체결 등도 제안했다.
셀룸 교수는 그러한 조건은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킨 뒤 성공을 선언하고 싶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지만 이것만으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 직접적인 보복 공격을 가한 상황에서 종전 합의에는 걸프 지역 안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5주간에 걸친 공습은 이전의 어떤 제재, 비밀 작전, 외교적 노력으로도 달성하지 못했던 규모로 이란의 군사 기반 시설을 무력화시켰다.
이란 최고 지도자를 비롯해 수십 명의 고위 군사 및 정보 관리들이 사망했고 이란의 미사일 생산 능력, 공군, 해군, 그리고 방공망은 심각하게 약화됐다. 따라서 자리프 전 장관의 휴전 조건은 이번 공습으로 최소 기준이 더 낮아졌다.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이전에 이란은 자리프 전 장관이 휴전 조건으로 제시한 조건보다 더 양보한 제안을 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자리프 전 장관의 기고문은 이란 내부의 분열이 외부적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고 셀룸 교수는 분석했다. IRGC가 재정비하기 전에 실용주의 진영이 미국에 협상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공개적으로는 협상 결렬을 부인하면서도 비공개적으로는 파키스탄이나 오만 등을 통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셀룸 교수는 자리프 전 장관의 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란과 미국 양자 관계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자리프는 종전을 통해 이란은 전쟁 전의 경제적 지위를 회복하고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면서도 걸프 국가들은 방관자로 남겨두어 어떤 결과든 감수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란의 보복 공격을 당한 국가들은 보다 더 구체적인 요구를 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유세프 알 오타이바 주미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단순한 휴전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어떤 결정적인 이란의 핵 능력, 미사일, 드론, 대리 세력 네트워크, 국제 해상 항로 봉쇄 등 이란의 모든 위협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걸프연구센터의 압둘아지즈 사게르 소장은 이란과의 어떤 합의든 걸프 지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무기고는 그대로 둔 채 우라늄 농축 문제만 다루는 합의는 미국의 우선 순위를 위해 걸프 국가의 안보를 희생하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셀룸 교수는 주장했다.
이번 전쟁은 안보를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수용하면서도 그 사용에 대한 결정권이 없는 걸프 국가들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셀룸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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