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을 잃고 멈춰섰다”… 54년 만에 유인 우주선이 마주한 ‘지구 일식’

기사등록 2026/04/04 12:33:06 최종수정 2026/04/04 13:53:50

아르테미스2호 아폴로 이후 54년 만의 '지구 이탈'…창밖 오로라·황도광 깃든 첫 사진 전송

"우리는 하나의 종으로 연결" 소감 속 궤도 수정 성공…6일 달 근접 비행 예정

NASA 우주비행사이자 아르테미스 2호사령관인 리드 와이즈먼이 2026년 4월 2일 달관 사출 연소를 완료한 후 오리온 우주선 창문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반세기 넘게 멈춰 있던 인류의 달 여행이 다시 시작됐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로 향하는 '아르테미스 2호' 승무원들이 우주 공간 속에서 홀로 빛나는 지구의 모습을 전해왔다. 54년 만에 지구의 품을 벗어난 인류가 보내온 첫 번째 메시지는 여전한 경외감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이었다.

◆반세기 만에 넘은 '지구의 문'…1972년 이후 첫 궤도 이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2호 우주선 '오리온'은 지난 2일(미 동부 시각) 달 궤도 전이(TLI) 분사에 성공하며 지구 저궤도를 완전히 벗어났다. 이번 비행을 통해 NASA 소속 리드 와이즈먼, 빅터 글로버, 크리스티나 코크와 캐나다 우주국(CSA) 소속 제레미 한센은 아폴로 시대 이후 처음으로 지구의 영향권을 넘어 심우주로 진입한 주인공이 됐다.

이들은 달 궤도 전이 분사 성공 이후 약 8시간 동안 휴식을 가졌다. 이후 지구로부터 약 9만9900마일(약 15만9325㎞) 떨어진 지점에서 본격적인 탐사 이틀째 일정을 시작했다. 현재 오리온 우주선은 시속 수만㎞의 속도로 달을 향해 순항 중이다. 달까지는 16만1750마일(약 26만311㎞) 남은 지점이다.

◆"하려던 일을 멈췄다"…오리온 창밖으로 본 '지구의 일식'

아르테미스 2호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은 지구 궤도를 이탈한 직후 오리온의 창문을 통해 촬영한 지구 사진을 지상으로 전송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지구가 태양을 가리는 이른바 '일식' 현상이 담겼다.

지구의 실루엣 너머로 태양 빛이 번지는 황도광과 함께, 남반구와 북반구 끝에서 흐릿하게 빛나는 두 개의 오로라가 포착됐다. 이 사진은 아르테미스 2호 승무원들이 지구로 보낸 첫 이미지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도 높을 전망이다.

지상 통제 센터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리드 와이즈먼 사령관은 "지구 전체가 창밖에 나타난 순간, 우리 네 명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조종사 빅터 글로버 역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경계가 없었다"며 "우리가 어떤 지역에 살든, 어떤 모습이든 결국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종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심우주 항행이라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진행된 실시간 인터뷰임에도 승무원들의 위트는 빛났다. 미션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는 우주선 내 화장실 장치에서 경고등이 깜박이는 사소한 결함이 발생하자 직접 공구를 들고 수리에 나섰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코크는 “내가 ‘바로 우주 배관공(Space Plumber)’이었다”는 농담 섞인 소감을 밝혔다. 이는 승무원들이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높은 수준의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출신의 제레미 한센은 무중력 상태에서의 생활을 두고 “우주선 안을 떠다니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마치 다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라고 묘사했다. 이들은 좁은 선실 안에서 미세중력을 이용해 이동하는 동선을 연습하고, 심혈관 건강을 위해 플라이휠 장치를 이용한 운동 세션을 거르지 않는 등 철저한 자기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NASA 우주비행사이자 아르테미스 2호 사령관인 리드 와이즈먼이 2026년 4월 2일 달관 사출 연소를 완료한 후 오리온 우주선 창문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달 뒷면 관측 향해 순항…6시간의 '과학 골든타임'

아르테미스 2호는 3일 오후 6시 49분(미 동부 시각) 기준 첫 번째 궤도 수정(OTC) 연소 작업을 진행했다. 약 8초간 진행된 이 작업은 오리온의 속도를 초당 0.7피트(약 0.21m) 미세하게 조정하는 작업이다. 이는 우주선이 향후 달 운영에 필요한 정확한 지점에 도달하게 하기 위한 필수적인 공정이다.

승무원들의 시선은 이제 오는 6일 예정된 '달 근접 비행(Lunar Flyby)'에 향해 있다. 오리온이 달의 뒷면을 돌며 약 6시간 동안 진행할 과학 관측 기간 동안 태양과 달, 우주선이 일직선으로 정렬된다. 이때 승무원들은 인류가 육안으로 직접 확인한 적 없는 달 뒷면의 약 20%를 관측하게 된다.

특히 오리엔탈 분지 전체와 피에라초 크레이터, 옴 크레이터 등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지형들이 관측 대상에 포함됐다. 승무원들은 이를 위해 80-400㎜ 망원 렌즈를 포함한 고성능 카메라 설정을 마쳤으며, 미니밴 두 대 정도 크기의 좁은 선실 내에서 관측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동 동선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임무가 단순한 비행을 넘어 향후 아르테미스 3호의 달 착륙을 위한 최종 리허설로서 완벽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류의 눈이 되어 달 뒷면으로 향하는 아르테미스 2호의 여정은 NASA 유튜브 채널과 공식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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