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 KT호 미디어 다이어트 예고…미디어 부문 실리 찾기 나설 듯
거버넌스 개편 후 첫 시험대…KT의 전략 수정과 티빙 구애로 급물살 탈까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지각 변동을 불러올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합병의 열쇠를 쥐고 흔들던 '캐스팅보터' KT가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맞아 미디어 전략 역시 재정비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박윤영 KT 신임 대표는 내실 경영과 인공지능(AI) 중심의 본업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취임 직후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 미디어 사업 부문 조직이 사실상 축소되면서, OTT 대외 전략도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디어는 이제 조연"…KT의 달라진 시각
KT는 지난달 말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미디어 부문을 커스토머(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 산하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미디어를 독립 사업이 아닌 통신과 결합된 고객 서비스 일부로 보는 동시에 투자 여력을 더 이상 미디어 적자를 메우는 데 쓰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전 경영진이 미디어 영토 확장에 공격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박 신임 대표의 경우 "돈 안 되는 사업은 정리하고 효율을 높이겠다"는 실리적인 관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티빙·웨이브 합병' 사안에 대해서도 "이득만 된다면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 선회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조심스러운 관측이다. 다만 박 대표는 두 회사 합병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는 상태다.
◆진전 없던 티빙·웨이브 합병, 주주 '전원 동의' 필요…KT 선택은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신고 승인을 받았다. 경영진 인적 교류를 비롯해 양사 결합 요금제 출시, 오리지널 콘텐츠 상호 공급 등 합병을 전제로 사업 통합작업도 이어왔다. 그러나 정작 양사 주주 전원 협의 및 동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합병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티빙의 최대주주는 CJ ENM(48.85%)이다. KT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13.54%)와 JC파트너스(13.54%)가 2대 주주, SLL중앙(12.75%), 네이버(10.66%) 등의 순이다. 웨이브는 SK스퀘어(40%)가 최대주주고, 지상파3사가 각 19%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주주 가운데 반대 입장이 명확했던 주주가 KT다. 유료방송 1위 사업자로서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이 미디어 시장의 위협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섭 전 대표 재임 시기인 지난해 KT는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KT 의사와는 무관하게 합병을 전제로 한 길을 가고 있다"며 "과연 티빙의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웨이브, 재무 전략 전문가로 대표 교체…주주 설득 드라이브 거나
당사자들도 마음이 급해졌다. 합병의 또 다른 주인공인 웨이브는 '전략 전문가'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지난 1월 임명된 이양기 신임대표는 CJ ENM 사업관리담당을 거쳐 티빙 CFO를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웨이브 CFO를 맡아온 미디어·재무 전략 전문가다.
그동안 티빙과의 결합 가치를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1년도 채 안 된 대표 교체는 합병을 위한 주주 설득에 더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해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주겠다"며 합병 완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의 거버넌스 체계가 바뀐 상황에서 미디어 전략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박 대표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당분간 지켜 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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