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공수처 출국금지 필요 의견에도 강행"
尹측 "고도의 정책적 판단…도피 목적 아냐"
尹 "방산 수출 성과…호위함 수주 이점 판단"
[서울=뉴시스] 장한지 이윤석 기자 =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출국시킨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31일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과 조태용·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 6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결과에 격노하며 이 전 장관에게 지시를 내린 뒤, 수사 외압 의혹이 커지자 호주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키기로 마음먹었다는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조 전 실장 등에게 "눈에 띄지 않게 다른 공관장 인사와 묶어서 진행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또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지자 박 전 장관 등이 주도해 공수처가 '출국금지 유지 필요' 의견을 냈음에도 출국금지 해제를 강행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당시 군 통수권자로서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다만 애도와 별개로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사법적으로 단죄할 수 있는지 법리적인 한계를 묻는 재판"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출국금지와 구체적인 수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인사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는 보안 사항"이라며 "호주대사 임명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었지, 도피 목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이 출국 전 스스로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받았고 언제든 귀국해 조사받겠다고 약속했다"며 "(공수처에서) 소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출국금지를 연속적으로 한 것은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권을 얻고 "이종섭이 국방부 장관 시절부터 방산 수출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던 사람"이라며 "국방장관이 호주대사로 갈 경우 호위함 수주에 이점이 많겠다고 해서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의 고발 건수와 소환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출국금지를 걸어 놓고 연속해서 연장하면서 소환하지 않고 연장하는 건 검찰 같으면 징계 사안"이라며 "이게 정상적인 소추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 한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조 전 실장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이 사실관계부터 왜곡됐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범인도피가 성립하려면 범인 발견이나 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은닉'에 견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근무지나 연락처가 모두 공개되는 재외공관장 임명을 도피로 규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장 전 실장 측 역시 외교부로서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임대사 지명이 있으면 그 직무를 수행하는 게 당연한 임무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외교부 1차관이었던 장 전 실장은 지시를 전달했을 뿐, 범행 공모나 기능적 행위지배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비서관과 박 전 장관 측도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 측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조치는 법무부 심의위원회의 독립적인 결정과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결과라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기 위해 호주대사에 임명한 뒤 출국·귀국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발생한 해병대원 사망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장관직 탄핵을 추진하자 같은 해 9월 사임했다.
이 전 장관은 사임 5개월 만인 이듬해 3월 호주대사에 전격 임명된 후 호주로 출국했으나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11일 만에 귀국했고, 대사에 임명된 지 한 달이 되지 않은 채 같은 달 사임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른바 'VIP 격노' 전화를 받은 이 전 장관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가 진전되면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태용·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 전 비서관, 박 전 장관,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던 심 전 총장은 범인도피 혐의 공범으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실장은 호주대사의 임기가 남아 있고 교체 사유가 없는데도 공관장 정기 인사가 끝난 시점에서 외교부를 대상으로 호주대사 교체 절차 진행을 지시·독촉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이 전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을 지시하자, 이를 이행하고 부실한 검증을 진행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은 출국금지 해제와 출국금지심의위원회 의결에 관여할 수 없음에도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zy@newsis.com, leey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