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보다 무서운 가스"…카타르발 헬륨 쇼크에 K-반도체 '비상'

기사등록 2026/03/31 15:03:11 최종수정 2026/03/31 17:02:25
[서울=뉴시스]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 내부.(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이란 전쟁의 여파가 에너지 공급을 넘어 반도체와 AI, 의료 산업의 필수 소재인 '헬륨' 공급망까지 뒤흔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헬륨 공급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는 카타르의 천연가스 수출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헬륨 시장에 극심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식각 공정의 온도 조절과 MRI 스캐너 냉각, 군사용 드론 및 우주 로켓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원이다. 하지만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LNG 공장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복구에만 최대 5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의 마비로 물류까지 막히면서 헬륨 가격은 이미 현물 시장에서 2배 이상 치솟았다.

특히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 제조를 위해 헬륨 수입량의 3분의 2를 카타르에 의존해온 한국에는 '블랙 스완(예측 불가능한 재앙)'급 악재로 부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관계 당국은 카타르산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 공급업체들과 긴급 접촉하며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는 공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하=AP/뉴시스] 9일(현지 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추정되는 폭발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이스라엘의 도하 공격에 대해 "이번 공격은 국가 테러"라며 "우리는 이 노골적인 공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2025.09.10.
헬륨은 액체 상태에서 열을 흡수해 기체로 변하는 특성상 장기 보관이 매우 어렵다는 점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통상적인 보존 기간은 35~48일에 불과한데, 현재 수백 개의 특수 극저온 컨테이너가 중동 지역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공급업체들은 이미 고객사들에게 공급 삭감과 할증료 부과를 통보하는 등 '배급제'에 준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AI 산업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S&P 글로벌 에너지의 랄프 구블러 연구이사는 "이번 헬륨 쇼크는 AI 인프라 구축이 지정학적으로 위험한 소수의 거점에 얼마나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WSJ는 현재 파티용 풍선 등에 쓰이는 헬륨 공급은 사실상 중단됐으며, 이제는 반도체와 의료 현장조차 물량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입찰 전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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